매일신문

조흥은행 영업기능 마비... 주말이 '고비'

노조원들의 추가 이탈로 중단 위기를 맞았던 조흥은행 전산망이 노조의 긴급 인력지원으로 주말인 21일 오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업무가 몰리는 다음 주 월요일(23일)에 전산망이 다운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따른 금융혼란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조흥은행은 전산 직원의 대거 이탈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이번 주말 전산망을 일시 다운시켜 주중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려 했으나 일부 필요 인원을 확보, 시스템을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조흥은행 노조는 이와 관련 "파업기간 밀린 업무 처리 등을 위해 이번 주말 전산가동을 일시적이나마 중단해야 할 상황이어서 20일 밤 10시40분쯤 전산센터 직원 28명을 긴급 지원했다"며 "그러나 23일엔 파업현장으로 다시 복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규 노조 부위원장은 "아직까지는 전산망 완전 다운 사태가 일어나기를 원치않기 때문에 은행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임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흥은행 관계자는 "주말에 전산망을 정상 가동하더라도 본격 업무가 시작되는 23일 월요일부터 전산망이 정상적으로 가동할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해 전산망 다운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파업 3일째인 20일 문을 닫은 조흥은행 점포들이 전체(476개)의 절반 이상인 249곳(전날은 179곳)으로 급증, 영업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대구.경북에서는 22개 지점 중 12곳이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은행 창구를 찾은 고객들은 입·출금이나 송금, 자금결제 등을 제때 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예금인출 사태로 조흥은행의 보유현찰이 바닥나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의 현금이 모자라 곳곳에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흥은행은 이날도 약 1조원의 예금이 인출돼 지난 15일 이후 모두 7조1천억원 안팎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 정부 '타협'-'공권력 투입' 기로에

4일째에 접어든 조흥은행 노조 총파업 사태가 21, 22일 주말을 맞아 중대 기로에 접어들었다.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흥은행 노조와 신한금융지주간의 21일 새벽 협상이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또 다시 결렬됐다. 양측은 이날 새벽 2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서울 은행회관에서 2차 회동을 갖고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전날 새벽 열린 1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은 회동이 끝난 뒤 "결론이 없다. 결렬됐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흥은행 노조가 즉각 합병 등 수용 불가능한 조건들을 내걸고 있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운영하다가 2∼3년 후 신한은행과 합병시켜 제3의 기업 문화를 가진 은행을 탄생시킨다는 구상인데 반해 조흥은행 노조는 즉시 합병을 요구하고 있다.

2차 협상마저 결렬됐지만 노조와 정부, 사용자측 모두 시간을 끌수록 파업 사태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타협'이든 '공권력 투입'이든 간에 주말에 전격적인 사태 해결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에서는 아직도 강경투쟁론이 힘을 얻고 있으나 일부에서 정부측이 조흥은행이 신한 지주에 매각될 경우 고용승계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들어 파업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향후 파업 지속여부와 관련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파업사태로 다음주 초 은행 전산망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번 일요일(22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공권력을 투입, 사태를 수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사.정 모두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고, 조흥 노조 분위기도 주말을 고비로 협상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3차 협상을 통한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조흥은행 점포 중 정상 영업이 가능한 곳의 비중이 25% 미만으로 떨어지면 예금 대지급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20일 영업한 점포는 227개로 전체(476개)의 절반을 밑돌았다고 밝히고 전체 점포 중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조흥은행의 예금을 다른 은행에서 찾을 수 있는 예금 대지급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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