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몽골 회상

몽골은 필자에게 많은 이색 체험을 하게 해 준 나라이다.

우리와 견줄 때 비슷한 것이 많지만, 그 만큼 다른 것도 많았다.

그곳으로 출발하기 전에 '사람 사는 곳이니, 다 똑 같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몽골 도착 후, 비행기의 트랩을 내리는 순간부터 필자의 예상과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제일 처음에 부닥친 것은 식사 문제였다.

도착해서 열흘 가량은 몽골인의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다음날부터 식사다운 식사를 해 본적이 없었다.

그 댁의 아주머니는 일과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내게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 하고 설탕이 가득 든 차를 권하였다.

'이 차를 마시면 밥을 주겠지' 하는 필자의 기대는 그야말로 희망사항이었다.

열흘 간, 인사차 이 집 저 집 다니면서도 밥 대신 보드카만 얻어 마셨다.

가는 곳마다 어김없이 보드카를 마셨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렇게 독한 술을 마시면서도 안주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침부터 식사는 하지 않고 술만 마신 셈이었다.

말술도 마다 않던 필자였지만, 안주 없이 '빈속에' 보드카를 마시는 일은 끔찍이 고통스러웠다.

필자에게 아파트가 주어지고 난 다음, 그 동안 신세를 졌던 그 댁의 가족들을 초대하였다.

고춧가루를 팍팍 풀어서 '육개장' 비슷하게 얼큰히 국을 끓이고, 매운 고추로 전을 부쳤으며, 후추 가루를 살살 뿌려서 잡채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그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상상하면서 손님들을 식탁으로 초대하였다.

그런데 돌발사고가 발생하였다.

그 댁 아이들이 마구 비명을 질러대면서 물을 찾았다.

너무나 매워서 입에 불이 붙은 것 같고 또 머리에 불이 난다고 아우성들이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댁의 부부도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에는 모든 것이 너무 매웠기 때문이다.

이 식사를 계기로 우리는 서로를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 입에 맛있는 육개장이나 된장국이 다른 사람에게는 맛없을 수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 날의 식사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장석호 한국선사미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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