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들이 무대에 서면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상식 하나가 있다.
빛을 찾아가 정확히 서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대사를 하기 위해 움직이든 고정적인 자세이든 조명 라인과 위치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얼굴이 잘 보여야 관객들은 배우의 입을 보면서 대사를 정확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스포트 라이트, 즉 집중조명이라는 것이 있다.
특별한 독백이나 해설을 맡은 배우에게 비추는 조명인데, 그림으로 치자면 물감을 특히 진하게 터치하여 강조하는 원리와 유사하다.
이렇게 조명은 연극에서 말없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명 라인에서 벗어나면 배우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관객들에게 답답함을 전달할 뿐이다.
아마 삶도 그러할 것이다.
누구나 빛 한가운데 서기 좋아하지, 어둑한 그늘 아래에 서 있기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원리는 이러한 욕망을 질타한다.
왜?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므로.
배우가 아무리 조명 속에서 화려한 연기를 해도 그는 반드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배우의 퇴장 후의 모습조차 빛에 드러난다면 배우에 대한 관객의 환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 것이다.
서양은 오랫동안 이 세상을 두 개로 쪼개 보는 버릇을 갖고 살아왔다.
이른바 이원론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다.
음과 양,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몸에 익히며 살아왔다.
노자는 말하지 않았던가. 진리는 물과 같다고. 막히면 서고, 구부러졌으면 유연히 흐르고, 낭떠러지에서는 폼나게 무지개 내뿜으며 화려한 자태로 여지없이 낙하하는 물! 그러한 빛과 그림자의 과정을 거쳐 물은 저 드넓은 바다에 이르지 않던가.
내가 빛 한가운데 있다고 뽐낼 필요없고, 그림자에, 어둠에 가려져 있다고 절망할 것 없다.
명 연기자는 어두운 무대 뒤쪽에서 빛 한가운데로 당당히 걸어가는 존재이다.
인생이라는 무대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둠에서 빛으로, 빛에서 다시 어둠으로... . 이렇듯 빛과 그림자는 한몸이다.
이 둘이 하나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허허롭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어떠하신가? 미소로 하루를 여시기를!
최종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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