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부시의 '獨走'걱정 된다

미국 부시정권 4년동안 세계가 더 안전해졌을까, 더 불안해졌을까 묻는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각 나라 국민이나 지도자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이해가 엇갈려 정답이 나오기 힘들겠지만 대체로 더 불안해졌다고 보는 것이 세계적 여론이 아닐까 싶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세계35개국 3만4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각국 국민이 부시를 선호한 나라는 필리핀, 나이지리아, 폴란드 등 3개국 뿐이었다. 인도 태국 등 2개국은 박빙이었고 나머지 30개국이 케리를 지지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부시와 그 주변 강경파들이 대다수 세계인들의 반대에도 불구, 두번이나 침략전쟁을 벌여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고 세계질서를 어지럽게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시와 딕 체니, 럼스펠드, 울포위츠, 존 볼튼 등 강경 신보수주의자들은 9'11사태 후 테러의 주범 빈 라덴과 그 일당 알카에다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힘없는 나라를 온통 숙대밭으로 만들었다. 침공을 하기 전 미국은 광신도집단 탈레반을 제거해 이 나라에 민주와 인권을 회복시키고, 잘사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세계에 약속했다.

하지만 결과는 빈 말이었다. 탈레반은 제거됐어도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베고픔에 허덕이며 군벌들의 손아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약속한 원조도 제대로 하지 않아 전후복구는 수도 카불을 비롯한 일부 도시지역에 한정돼 있다. 부정선거 시비끝에 지난달 민선 대통령으로 뽑힌 카르자이도 군벌들의 눈치를 보며 세금을 걷는 허약한 대통령일 뿐이다.

이라크 침공도 해결책이 캄캄하기는 마찬가지다. 후세인을 제거하면 모든 이라크인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할 것이라던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적개심만 높아져 사흘이 멀다시피 반군들의 폭탄테러가 이어지고 연합군과 반군들간에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 팔루자 나자프 등 일부 도시들은 다시 저항세력들의 손에 넘어가고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는 친미 세력이었던 쿠르드족까지 등을 돌려 사회혼란이 극심할 뿐아니라 내전마저 우려된다.

아프간니스탄이나 이라크의 참화는 그렇다하더라도 그동안 미국이 보인 강압적 '일방주의'외교 또한 세계를 불안케 해왔다. 부시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앞세워 '내편이냐 적의 편이냐' 결정하라며 우방을 몰아 붙여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과 마찰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유엔(UN)을 허수아비로 무력화시켰다.

어디 그뿐인가.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을 내세워 국제사회를 흑백으로 분열시키고, 중동국가를 서구화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함으로써 아랍국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줘 온건했던 아시아의 이슬람들마저 호전적인 이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전에는 없었던 폭탄테러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에서도 연이어 발생하고, 이슬람이 있는 세계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동맹군에 합류해 이라크에 파병한 국가들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참수를 당하는 일도 이제 일상사가 돼 버렸다. 이 모두가 다 케리의 표현대로 부시와 그 주변 강경 신보수주의자들의 오만과 실책으로 인해 '미국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동안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대선이 부시의 재당선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부시의 2기는 앞으로 4년간 세계를 더욱 불안하게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량살상무기의 허구성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다자주의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부시 스타일이나 호전적 기질로 보아 외교정책은 더욱 강경화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다시 EU와 나토(NATO)에 협력확대를 요청할 것이고,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테러 박멸 군사개입도 강화될 것이다. 테러전의 확대강화는 이슬람의 반미 테러를 더욱 부추겨 세계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북핵문제도 6자회담의 틀은 유지될 지 몰라도 대북압박은 더욱 강화되며, 종국에는 유엔안보리로 가게될 것이다. 이렇게되면 남북정상 회담은 물론이고 개성공단 남북철도 연결 사업도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른다. '악의 축'김정일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북 직접협상'재개를 공약했던 케리가 당선돼 한반도에 다시한번 평화와 안정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랐던 기대가 무너져 안타깝기만 하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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