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농업인의 날' 의미 살리자

11월은 우리 농촌에서 1년 농사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수확과 결실의 기쁨이 묻어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수확이 끝난 농촌에는 풍요와 기쁨이 넘쳐나야 하는데 작금의 우리 농촌 현실은 풍년제나 풍물패에서 볼 수 있는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 )'라고 적힌 깃발 대신 "WTO쌀수입 개방 반대"라는 현수막이 농촌 곳곳에 걸려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 이 말은 곧 "농업과 농업인은 이 세상의 근본이다"라는 말인데 먹고 살아가는 근본인 식량이 바로 농업인들 손에서 나오는 것이니, 정말 그들이 천하의 근본임은 틀림없는 말이다.

그러나, 홍수처럼 밀려오는 수입 농축산물은 이제 우리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중국산 김치용 절임배추, 냉동고추, 냉동 마늘 등이 국내가격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으로 식당가를 점령하다시피 유통되고 있고, 더구나 쌀 개방을 코앞에 두고 있어 이래저래 우리 농업인들의 한숨은 그칠 날이 없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한숨을 더 크게 만든 원인은 물밀듯이 밀려오는 수입 농수축산물과, 국민들의 식생활 습관의 변화 등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연간 쌀 소비는 가구당 평균 20kg짜리 쌀 8.3포대이며, 쌀 한 포대 평균 소비기간은 44.2일. 아침에 밥으로 식사하는 가구원은 총 가구원 중 약 17% 정도이고, 연령별로는 20대 연령층의 32.4%가 아침밥을 먹지 않으며 그 뒤로 30대, 중고생, 유아, 40대 순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인류를 음식을 기준으로 볼 때 주식으로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는 민족과 쌀로 지은 밥을 먹는 민족으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빵을 먹는 서구권에서는 비만 등으로 인한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에 밥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들은 서구에 비해서 아직은 성인병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항공사들은 미국내 비만 인구의 급증으로 승객들의 평균 체중이 점점 불어남에 따라 항공기 기체의 무게가 늘어나고 연료가 더 많이 소모돼 적자를 볼 지경이라고 호소할 정도이며 미국에서는 이제 심각한 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러한 비만의 원인은 과도한 지방섭취와 인스턴트 식품의 남용이라는 것이다.

밥을 위주로 하는 식습관을 들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군것질을 적게 하기 때문에 비만이 될 확률이 적고, 밥 중심으로 식단을 꾸미게 되면 김치나 발효음식으로 반찬을 먹게 되니 그 만큼 채소 소비가 늘어나고 육류 섭취는 줄어들기 때문에 비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즉, 밥을 먹기 위하여 각종 채소류나 절임류 같은 발효음식을 먹게 됨에 따라 비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으므로 우리 한식이 건강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오늘은 정부에서 지정한 9회 '농업인의 날'이다.

오늘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의미는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삼아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농업인의 날로 정하였으며, 또한 이때가 모든 영농을 마치고 풍년제를 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농업인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농업, 농업인을 생각한다면 우리 농산물로 차려진 건강한 밥상으로 귀여운 자녀의 건강을, 그리고 아침밥으로 가족의 건강을 챙겨 어려운 우리 농업인의 한숨도 챙겨 봄이 어떨까!

경북농협지역본부 본부장 이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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