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이, 나무가, 꽃이 돼보라

데이비드 스즈키· 오이와 게이보 지음/ 나무와 숲 펴냄

'차별적인 낙서를 하지 맙시다.' 일본 오사카 시내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티커다. 이처럼 사회적 소수와 약자에 대한 차별은 경제대국 일본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일본이 단일한 인종과 언어와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편견의 그늘에는 2만4천여명에 달하는 일본의 원주민 '아이누족'이 살고 있고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천민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아가는 300만명의 부라쿠민이 존재한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식민지였던 오키나와 사람들과 다수가 아직 무국적자로 떠도는 100만명이 넘는 한인들 역시 사회적 억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처럼 선진국 일본은 인종, 신분, 민족으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이, 나무가, 꽃이 돼보라'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스즈키와 인류학자 오이와 게이보가 전하는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일본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2년여에 걸쳐 일본 열도의 남단 오키나와에서 북쪽 끝 홋카이도를 종단하면서 획일화를 강요하는 일본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의 사람들을 만난다.

이 책은 또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적 뿌리, 자연 환경을 지키려는 이들의 낮으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도 담아낸다.

일본 환경운동의 아버지 다나카 쇼조, 대표적인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의 원인을 폭로한 우이 존 교수, 미 해군들을 위한 주택을 짓기 위해 도시 면적의 15%에 이르는 숲을 없애려던 중앙 정부의 시도에 맞서 싸운 작은 도시의 시장과 시민들의 녹색민주주의 운동, 철저하게 자연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가와구치 요시카즈 등의 이야기는 일본 못지 않게 획일성과 순응성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를 그대로 비춰볼 수 있는 명징한 거울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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