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 대통령, 한가로이 폭탄주 만들어 마실 때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주말 대통령실 직원들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을 찾아 저녁을 함께하며 맥주와 소주를 섞은 이른바 '소맥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내수 진작(內需振作)과 골목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고 직원들과 삼겹살을 함께 먹고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에 '소탈하다' '인간적이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여느 소시민의 주말 저녁 풍경처럼 부직포 앞치마 두르고 폭탄주 마시는 모습이 여유롭고 평화롭게 보이긴 했지만 때와 상황에 맞는 연출은 아니었다.

취임 40일이 되도록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커녕 일정도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와 안보의 사활이 걸린 미국의 관세와 방위비 동시 압박이라는 난제(難題)도 풀지 못해 하루하루 숨통이 막혀 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기업 10곳 중 9곳이 미국의 관세가 15%만 넘어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아우성이다. 게다가 북러 밀착 행보가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주한미군 축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현안은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가로이 폭탄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모습까지 굳이 연출했어야 했는지 아쉽다. 여유와 자신감 연출도 지나치면 위기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다.

특히나 폭탄주는 더불어민주당이 전임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데 사용됐던 단골 무기였다. 말끝마다, 기회만 되면 '폭탄'을 들먹이며 '정상적이지 못한 대통령' 프레임을 씌워 놓고 이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폭탄주 만들어 마시는 모습을 미화하듯 연출하는 건 이중 잣대에 다름 아니다. 저녁을 먹는 것도, 골목 경제를 살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엄중한 위기 상황에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모습을 연출한 건 적절치 못했다. 모든 것엔 때가 있다. 7월은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골든타임이다. 폭탄주 만들고 마시는 걸 보여 줄 때는 아니다. 좀 더 진중((鎭重)하고 긴장된 모습을 보여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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