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길을 묻는다-김우일 김샘학원 이사장

단정한 옷차림에 안경 너머로 눈빛을 반짝이는 김우일(36) 김샘학원 이사장은 첫눈에 봐도 학구파다. 연구진만 30명이 넘는 개발원을 운영하며, 몇년째 서울의 대학원을 다니며 사회교육, 경영학 등을 배우고 있다. 지방에서는 극히 드물게 수학 한 과목만으로 3천 명이 넘는 수강생을 두고 있는 학원의 대표지만 지금도 무언가를 배워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함께하는 강사들에게 가르쳐주는 일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수학을 잘 하는 비결이 있는가.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게임처럼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하나의 원리를 끊임없이 다른 문제로 연결시키고 확산시켜 가는 수학적 재미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올해 민족사관고에 입학한 한 학생은 하나의 공식을 전혀 다른 영역에 적용해서 풀어내곤 했다. 논리적으로 딱 맞아떨어지니 선생님에게 인정받게 되고, 거기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수학에 재미를 느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처음에는 안 되지만 한 번 재미를 붙이면 알아서 시간을 투자한다. 가장 좋은 건 칭찬이다. 학생들에게 '너는 뭔가 특별하다'는 대접을 해 주면 대단히 좋아하고 금방 열의를 보인다. 이와 함께 적당한 경쟁이 필요하다. 우리 학원에서는 수준별로 10여 명씩 반을 구성하는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상위 반에 올라가고 하다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학 공부를 한다.

-학교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지 않은가.

△각기 수준이 다른 40명 가까운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서 가르친다는 건 무리다. 수학은 특히 그렇다. 우리 학원이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철저하게 수준별로 수업을 하고, 경쟁을 통해 수준별 이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학원에 뺏긴 학교의 기능을 되찾으려면 경쟁 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강조하는 공부 방법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언제나 원리와 공식의 연결 고리를 찾고 만들어나가라고 한다. 가령 직각삼각형의 넓이를 단순히 밑변×높이×1/2로 외우는 게 아니라 사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가로×세로의 개념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하나의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연결 고리를 알고 더 넓은 범위로 적용할 수 있어야 수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맞을 수는 없지 않나.

△물론 기본적인 연산 능력이나 방정식 풀이 능력 등 기초가 탄탄해야 가능한 얘기다. 학생의 특성에 따라 공부 방법에도 약간씩 차이를 둬야 한다. 예컨대 전반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데 학교 수학 점수만 안 나오는 학생이 있었다. 이런 학생은 계산상의 실수가 습관이 된 경우다.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통해 실수를 줄이도록 숙련시키는 방법을 써야 한다. 그 이후에 연결과 확장을 시도할 수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이 적지 않은데.

△기초가 부족해 조기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은 어렵더라도 취약한 부분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 가운데 일부는 수학 공포증을 보이기도 하는데 의외로 가정에서의 문제를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시험 결과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가정에서도 자녀의 상태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수학을 꼭 배워야 하는가

△나중에 쓰지도 않을 것을 왜 이리 힘들게 배우나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사회에 나가 보면 필요성을 절로 느끼게 된다. 하나의 원리를 연결하고 확산하는 과정은 사회생활에서도 흔히 겪게 된다. 지금은 수학이 하기 싫은 공부로, 부담스러운 과목으로 여겨지겠지만, 기회가 있을 때 충실히 해 두면 평생 도움이 된다. 영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느냐와 비슷한 이치다.

-수학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은데.

△주산식 계산이나 19단 외우기 같은 걸 말하는 모양인데,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어지간한 시험장에서는 전자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계산 잘하는 것이 재주였지만, 지금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인재라고 불린다. 창의적 생각에는 방대한 지식과 감각이 필요한데, 수학은 특히 기초 지식과 여러 갈래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학문이다.

-수학은 학부모가 도와주기 힘든 과목이다.

△부모가 가르쳐줄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요즘 수학은 초등학교 4학년 수준만 되면 부모가 손을 든다. 한계가 있지만 최소한의 관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기에는 배워야 할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돈만 많이 들이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과외는 하려고 들면 한정이 없지만 실제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학원이든 과외든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학원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

△체면 따지지 말고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면서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아야 한다. 주위의 경험담을 더해서 각 학원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우리 아이의 수준과 관심에 가장 맞는 학원을 찾아야 한다. 자칫 잘못 선택하면 과목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학원을 선택한 뒤에도 끊임없이 학원을 괴롭혀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어떻게 자녀를 도와줄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 김우일 김샘학원 이사장은 수학교육학 석사로 1990년부터 학원 강의를 시작해 1996년에 김샘학원을 열었다. 현재 대구 범어동 본원과 6개의 분원을 두고 있으며, 최근 교재 제작을 완료하고 본격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다. 김샘학원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수학을 주로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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