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종황제 역사청문회

교수신문 기획·엮음/이태진 외 지음/푸른역사 펴냄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제목에서 풍기듯 고종황제를 앉혀 놓고 그의 비리를 캐내 진실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시도인가. 아니다. 우리에게 잊혀진 황제, 사라진 제국의 모습을 복구해 보자는 청문회다. 고종과 대한제국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한국 근대의 형성과정과 일제시기의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을 역사 청문회의 장으로 불러낸 사람은 그동안 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이룬 역사학자 서울대 이태진 교수. 이 교수에 따르면 고종황제는 영'정조의 민국이념을 계승한 개명(開明)군주다. 자력으로 근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인물이다. 이 교수는 대한제국이 자발적으로 근대화를 추진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일본의 침략에 의해 좌절되었기 때문에 일제는 침략과 수탈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설사 일제시기에 경제지표 상으로 경제발전 현상이 목격된다고 해도 그 이면에 있는 폭력과 억압 체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반면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을 저평가해온 경제사학자인 전남대 김재호 교수는 이 교수의 주장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 교수는 식민시기에 들어서야 한국의 근대 경제 성장이 비로소 시작됐다며 이 시기를 민족적, 감정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두 사람의 논쟁은 '교수신문' 지면을 통해 학계에 소개되었다. 역사학자와 경제사학자들간의 논쟁은 확대됐다. 논쟁은 2004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근 6개월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됐다. 두 교수 외에도 9명의 학자가 이 논쟁에 뛰어 들었다. 이 책은 '교수신문'에서 진행된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을 둘러싼 논쟁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엮은 것이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