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끝난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북측은 '비료 20만t 지원'이라는 실리를 챙겼다.
당초 목표를 그대로 달성한 것이다.
반면 남측은 '장관급 회담의 6월 재개' 이외에는 얻은 것이 별로 없다.
최대 목표였던 북핵문제는 노련한 '무반응' 전술에 말려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 경의선·동해선 도로연결 개통 행사 등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실무 현안에서도 북측을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이번 회담 결과는 냉정하게 말해 남측의 '판정패'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결과는 처음부터 예정됐던 것이었다.
북측은 '비료지원'만 얻어내는 것을 회담의 목표로 설정했던 반면 남측은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과 남북관계 복원을 목표로 접근했다.
이렇게 속셈이 다르다 보니 3일간의 회담 내내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촉구한 우리 측 대표단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시 중대한 제안'이라는 새로운 카드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공동보도문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향한 진전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봉조(李鳳朝) 차관은 "다소 미흡하기는 하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한이 노력한다는 말은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남북의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동보도문의 문구를 어떻게 보면 확대해석으로도 비칠 만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다음달에 열리는 장관급 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이 회담이 끝난 직후 "북핵문제와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나가야 할 때'라고 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번 회담 결과에 정부의 생각은 이번 차관급 회담이 북핵문제라는 과제 해결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북핵문제 해결의 단초 마련과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한 불씨를 살려놓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 측의 우려 표시에 북한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의 달성이 회의적으로 비쳐지기 시작한 지난 17일 오후부터 우리 당국자들이 "1차 목표는 장관급 회담의 날짜를 잡는 것"이라며 회담 목표의 하향조정을 시사하면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장관급 회담이 열린다 해도 이를 북핵문제 해결의 장으로 삼겠다는 우리 측의 전술이 북한 측에 먹혀들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기본자세는 남한은 대화의 파트너가 아니란 것이다.
이번 차관급회담에서 북한은 이 같은 자세의 변화 가능성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 중평이고 보면 장관급 회담 역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핵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이번 회담에서 내놓은 '중대한 제안'을 구체화해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데다 국내에서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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