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 쉬는 수험생이 공부도 잘한다

학습 생산성 높이기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를 잘 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성적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인내와 끈기, 우직한 성실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학입시가 과열되면서 언제부턴가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는 풍토가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무조건 오래 앉아 있는다고 공부를 많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중해서 공부하고 푹 쉴 줄 아는 학생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휴식이나 기분 전환 없이 책만 잡고 있으면 집중력뿐만 아니라 지적인 유연성이나 탄력성이 떨어진다.

▶ 사례 1

A군은 고3 때 새벽 1시30분 전후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전 6시에 일어났다. 오전 7시 학교에 도착해 책을 펴고 앉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졸음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선생님 눈치를 봐 가면서 엎드려 있는 때가 많아 오후 5시 30분 보충수업을 마치는 시간까지 맑은 정신으로 수업을 듣는 시간은 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낮에 계속 졸았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나면 머리가 맑았다. 밤10시에 학교 자율학습을 마치고 나면 집근처 독서실에 가서 새벽 1시쯤에 돌아왔다. 씻고 뭘 좀 먹고 나면 최소한 1시30분은 돼야 누울 수 있었다. 잠은 네 시간 반 정도만 잤지만 실질적인 공부는 하루 5시간도 못했고, 결국 시험에 실패했다. 올해는 재수를 하면서 학원에서 밤10시까지만 공부하고 집에 가서 11시쯤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난다. 하루 7시간 자기 때문에 낮 시간에 조는 일이 없다. 현재 지난해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평균 40점 정도 올랐다.

▶ 사례 2

C군은 지금 S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고3 때 밤 12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났다. 6시간 정도는 잤지만 그래도 점심을 먹고 나면 졸리는 경우가 많았다. 매일 점심을 먹고 나서 책상에 엎드려 10분 정도 눈을 붙이는 습관을 들였다. 잠을 깰 때는 더 자고 싶어 많이 괴로웠지만 조금만 지나면 신기할 정도로 머리가 맑아졌다. 그렇게 한 주를 생활하고 나서 매주 일요일은 오전 11시까지 늦잠을 자며 푹 휴식을 취했다. 토, 일요일에는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1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운동을 했다. 평일에는 자기 전에 10분씩 스트레칭을 했다. 운동을 하면 낮 시간에 피로감을 덜 느낄 수 있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스트레칭을 했다. 공부는 예습을 중시하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최종적으로 정리를 했다. 예습을 했기 때문에 수업 시간은 복습 시간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 수능 시험에서 원점수로 488점을 받았고 원하는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몰입과 휴식, 긴장과 이완 사이의 전환이 자유롭고 공부를 할 때는 폭발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한 과목을 붙잡고 오래 앉아 있는다고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공부한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집중해서 공부하고 사이사이에 휴식을 잘 취하는 학생이 생활에 활력을 유지할 수 있고 건강하다.

▶ 인터벌 학습

인터벌 학습이란 공부하는 사이사이에 알맞게 휴식을 취하는 학습법을 말한다. 일이나 공부를 계속해야 할 때 도중에 휴식을 취하면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진다. 휴식 후에 나타나는 학습 성과의 상승을 휴식효과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한자리 수의 더하기 작업을 반복해서 할 경우, 도중에 휴식을 취하게 되면 휴식 후의 성과 상승은 놀랄 만하다. 어떻게 이와 같은 효과가 있는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휴식을 취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완화되고 휴식하고 있는 동안에 보다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는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인터벌 학습과 연속학습

인터벌 학습과 연속학습을 비교하면 인터벌 학습이 휴식을 중간에 끼워 넣게 되므로 시간이 조금 더 많이 소요된다. 그러나 학습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 데는 휴식을 통한 분산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인터벌 학습으로 익힌 것은 좀처럼 잊혀 지지 않는다. 연속학습으로 익힌 것은 학습이 끝난 직후에는 잘 기억할 수 있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훨씬 많이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벼락치기로 공부한 것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오래 기억하려면 인터벌 학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휴식 방법

인터벌 학습법에서는 30~50 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고 10분쯤 쉬게 되는데, 이 10분간의 휴식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암기하게 한 뒤 A집단에서는 10분간의 휴식을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든지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보낸다. B집단에서는 격렬한 논쟁을 벌이게 했다. 재생 테스트에서 A집단이 영어 단어를 훨씬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B집단처럼 어떤 다른 것에 감정과 정신을 소모하는 것은 무엇을 오래 기억하는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 인터벌 학습의 적용

사이에 휴식을 두는 인터벌 학습을 입시 준비에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어느 한 과목을 몇 시간씩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가령 5시간 동안 한 과목을 계속 공부하는 것보다 5과목을 정해 과목당 1시간20분 정도 집중해서 공부하고 사이사이 10~15분 휴식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성취 가능한 학습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목표가 멀리 있을 때는 그다지 의욕이 높지 않지만 가까워질수록 분발하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의 일을 계속할 경우 처음 시작할 때 의욕적 출발과 마지막 분발(Last spurt)이 존재하는데, 목표가 보이게 되면 분발을 촉구해 폭발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인터벌 학습을 공부에 적용할 때는 먼저 학습 목표를 눈에 보이게 설정하고, 처음 시작은 힘차게, 사이사이에 휴식과 기분 전환을 섞어서, 마지막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 학습의 효율을 높이려면 적당한 휴식과 수면,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목표 설정 등 시간 관리와 학습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눈을 붙이고 있는 입시학원 수험생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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