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판덱스마저 中에 뺏기나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스판덱스는 중국업체에 잠식당하고 있던 폴리에스터, 나일론 원사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던 제품이었지만 이마저도 중국에게 추월당하고 있습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스판덱스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생산업체들이 과도한 재고 부담을 견디지 못해 생산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크게 낮추는 등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화섬업계의 지나친 설비의 증설 경쟁으로 스판덱스 공급이 급격히 늘어난데다 중국을 위주로 후발국에서 생산된 저가 제품들이 대량 생산되면서 제품 판매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에 지난 2002년 ㎏당 20달러에 달했던 스판덱스 가격은 최근 5달러대까지 떨어졌고 재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처지다. 이 때문에 (주)코오롱이 지난 20일부터 구미와 경산공장의 스판덱스 생산라인 가동을 일부 중단하고 25일부터는 중합공정까지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

코오롱은 내년 2월까지 전체 생산라인 하루 25톤 규모(월 600톤)에 대한 유지·보수를 실시해 품질 향상을 도모하는 동시에 누적된 스판덱스 재고를 소진해 나갈 방침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초극세사의 경우도 처음에는 고수익을 올렸지만 중국업체들의 물량공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저가 범용제품으로 전락했다"면서 "이제는 고부가가치에서 저부가가치 제품으로 바뀌는 데 1년도 걸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에 앞서 미국 인비스타(옛 듀폰)의 국내 생산법인인 DSI는 지난 8월 말 경북 경산공장의 스판덱스 생산시설을 아예 폐기했다. DSI는 월 생산량이 60톤에 불과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생산라인을 철거하는 대신 인비스타의 유통·판매법인으로 전환,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수입할 방침이어서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스판덱스 생산업체인 효성, 태광산업 등도 감산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스판덱스를 생산한 태광산업은 전체 생산능력의 20%만 가동시킨 채 노후된 생산설비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국무역은 월 생산량 1천600톤 규모의 경산공장 설비에 대해 지난 7월 말부터 약 한달간 가동을 중단, 최근 다시 재가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스판덱스 점유율 2위인 효성의 경우 효성은 최근 월 1천800톤 규모의 안양과 구미공장의 스판덱스 가동률을 20~30% 가량 줄였으며, 비슷한 생산능력을 보유한 중국공장도 생산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 부장은 "중국에서 1년에 수백개의 화섬공장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난 2000년 연산 615만톤에서 지난해 1천287만톤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같은 기간 한국의 화섬생산량은 264만톤에서 197만톤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