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근시안적 행정

한 주택건설사가 올 7월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아파트(200여 가구)에 대해 분양가를 평당 1천90만 원선으로 책정, 수성구청에 분양승인 신청을 했다가 분양가를 1천40만 원으로 낮추라는 권고를 받고는 분양승인 신청서를 되찾아 갔다. 비싼 땅값으로 인해 구청이 제시한 가격으론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하루 자고 나면 1천만 원씩 붙는 이자부담을 안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분양시기를 미룬 것.

그런데 이 업체는 최근 타입에 따라 평당 분양가 1천120만~1천230만 원에 분양승인을 같은 구청으로부터 받아 모델하우스를 공개한 뒤 31일부터 청약접수에 나섰다. 이번에도 구청은 해당 업체가 신청한 분양가를 하향 조정했다고 한다.

근시안적 행정이 주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업체가 제시한 분양가(평당 1천90만 원)로 승인했더라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64평형 기준으로 무려 2천560만 원이나 덜 주고 내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관청의 시장 개입으로 제품가격을 크게 높인 꼴이 된 셈이다. 사업주로선 3개월간 분양시기를 늦추면서 떠안았던 금융이자 등을 분양가에 얹었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관청의 작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현행 법상 분양가 책정은 자율이다. 그런데도 관청이 억지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통제를 하려다 보니 이 같은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그 만큼 주택건설업체에 대해 공무원들이 미치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전국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은 주택보급률(87.8%)을 보이고 있는데도 2001년부터 앞다퉈 진입한 서울의 건설업체들은 하나같이 "대구는 사업 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고 말한다. 교통영향평가에서부터 지구단위계획, 건축심의, 분양승인에 이르기까지 절차를 밟는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각 심의위 소속 교수나 건축설계사가 실제 오너로 알려진 평가기관이나 건축설계사무소에 일을 맡기면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심의를 통과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세월'이란 것이다. 특히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및 시'발굴을 두고는 '로비'가 더 치열하다는 얘기다. 주택업체들은 한 지구에서 어떤 곳은 '지표조사'로 끝나고 어떤 곳은 '시굴'과 '발굴'로 가는 도저히 이해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실상을 말한다.

이렇다 보니 주택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 시행'시공사는 물론이고 기존의 로비 창구격인 건축설계사무소를 선두로 광고기획사나 분양대행사까지 가세해 전방위 공략을 하고 있다. 모두가 일을 따내기 위해 월권(?)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이웃 경북도는 이번 수성구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공무원들이 법'규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각종 심의 및 인'허가 업무를 처리,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구'와 '동북아 물류 허브, 경북'의 꿈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사회2부'황재성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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