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미도 전신 공군 특수부대 있었다"

중앙정보부 30여명 모집해 배치..장지량씨 증언

북파 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1968년 실미도부대( 공군 제2325전대 209대)가 창설되기 전 공군 특수부대가 실미도부대의 업무를 수행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량(張志良) 전 공군 참모총장은 14일자 국방일보에 연재된 '빨간 마후라, 하늘에 등불을 켜고'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1968년 당시 북한의 특수부대인 124군부대 소속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다 발각된 사건을 응징하기 위해 특공요원들이 모집돼 공군 특수부대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장 전총장은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특수부대원 30여명을 모집해 1968년 4 월 공군 특수부대에 넘겨줬다고 말했다. 공군 특수부대는 6.25전쟁 때부터 운영돼왔다. 이들 특공요원 가운데 일부는 실미도부대가 창설되면서 실미도로 옮겨온 것으로알려졌다. 이는 중앙정보부가 실미도 부대 창설과 부대원 모집을 사실상 주도했음을확인한 것이다.

김 전부장은 "특수임무를 띤 대원을 우리가 차출하고 소속도 중정으로 하고 예산 집행도 중정에서 할 것이오. 공군에서 고공 침투훈련만 맡아주시오"라고 말했다고 장 전총장은 회고했다.

특히 김 전부장은 "특공대원은 중정에서 특별히 선발한 자들인데 대부분 강력범출신이오. 이 중에는 사형수 6~7명이 포함돼 있소. 이 자들이 특공작전을 펴고 살아돌아오면 그 공으로 자유의 몸으로 해 줄 것이오. 공군이 (북으로)갈 수 있는 길을제공하시오"라고 부탁했다고 장 전총장은 전했다.

이에 따라 공군은 평양 동남방 100㎞에 124군부대가 있는 점을 고려해 서울에서동남방 100㎞ 지점의 산악지대(경기도와 충청도 인접 남한강변)에 특수훈련장을 마련하고 야간 고공 침투훈련에 돌입했다.

장 전총장은 "이들은 거칠고 용맹해 파라슈트(스카이다이빙) 투하 위주의 훈련을 120% 달성하고 있다는 보고가 매일 들어왔다"며 "중정에서 관리자가 파견돼 이들의 숙식과 식단까지 챙겼다"고 전했다.

회고록을 작성하고 있는 이계홍 용인대 겸임교수는 "당시 중정과 공군은 한 밤중 비행기로 지정된 장소에 침투해 낙하산으로 내려가 특공작전을 수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그러나 북한에 억류된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선원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미국의 제동으로, 결국 상륙작전으로 계획이 변경돼 실미도부대가 창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당시 공군은 특수부대와는 별도로 대북 응징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총장은 "(공군 특수부대 운영과는)별도로 가장 신임하는 전투 조종사 몇명을 마음 속으로 지목해 놓고 김일성 숙소를 타격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어느날 참모차장과 주요 참모부장만 참가하는 비상회의를 소집, 공군타격대 2개 편대를구성하고 1편대장은 내가 맡겠다. 누가 목표지점에 도달할지 모르지만 김일성 숙소를 부수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혀 독자적인 계획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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