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공 많으나 도사공이 없다

경제 정책 운용에 사공이 너무 많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원로급 전'현직 경제관료'경제학자'기업인 등이 주축인 한국 선진화 포럼의 월례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참여정부 들어 경제 정책엔 일관성이 없고 우선 순위에서도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본란에서도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런데 선진화 포럼은 그 원인으로 사공이 너무 많기 때문이란 진단을 내놓았다. 이 비판에 동의하면서 '사공은 많으나 도사공이 없다'는 비판을 덧붙이고 싶다.

큰배를 움직이려면 선장(도사공)만으론 안 된다. 1'2등 항해사와 갑판장, 기관장 등 많은 사공이 필요하다. 파도가 잔잔하면 선장의 역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험난한 파고를 만나면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항해사'갑판장'기관장들을 지휘해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다. 정부는 위기론을 애써 부인하지만,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 성장, 양극화'고유가 등 안팎의 난제들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경제 부처 장관들(사공)은 저마다 각개 약진식 주장을 펴고, 관료들도 영역 다툼을 하며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니 엇박자 정책이 잇따르고 정부도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하면서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를 풀어 비수도권은 물론 수도권으로부터도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비수도권의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이번엔 수도권 인구 유입을 제한하겠단다. 이쯤 되면 원숭이도 조삼모사(朝三暮四)인 줄 알겠다.

경제 정책 운용의 일관성 결여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각 경제 부처가 내놓은 정책을 조정하고 통괄해야 할 경제부총리는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인상이니 다른 경제부처 각료들이 부총리의 말을 들을 리 없다. 재경부 차관보조차 경제부처간 업무 조율이 힘들어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경제부총리가 중심과 균형을 잡아야 힘이 생긴다.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물러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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