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욕망은 가속도 운동을 한다. 한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마음은 점차 속도와 에너지를 더해가고, 결국 그 속도와 에너지에 마음의 주인인 인간이 함몰되어 버린다. 인간이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고',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인 것도 이 욕심의 가속운동 때문인 듯하다.
어제 고속열차를 타고 오는데 너무 길고 지루했다. 새마을 열차에서 고속열차로 바꾸어 탄 초기에는, 그저 그 속도에 감사했다. 그러나 그도 잠깐, 곧 대구~서울 이동시간 1시간 50분이 마냥 길고 지루해졌다. 30분만 더 단축된다면 좋겠는데....
무엇을 위한 욕심이고 무엇에 도움이 되는 속도인지? 마음이 속도를 얻어 사람이 무엇을 얻고, 이동에 속도가 더해져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사제이자 학자였던, 무엇보다 문명 비평가였던 이반 일리히는 속도가 오히려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다고 했다.
그는 속도가 사람들 간의 불평등을 야기할 뿐 아니라 심각한 시간결핍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동거리와 시간이 증대하면서 준비와 피로회복에 소비하는 시간의 증대를 강요받는다는 것이다.
이반 일리히는 자전거는 인간의 신진대사에너지를 이동력의 한도에 맞춘 균형 잡힌, 이상적인 변환기이기에,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했다. 단지 자신의 힘만으로 이동하는 인류의 3/4에 비추어 본다면 이 또한 상당한 속도라고 했다. 결국 속도는 상대적인 것이고, 행복은 스스로가 페달을 밟을 때에 가능하다는 말로 이해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른들은 물론이고 중·고생, 초등학생, 심지어는 유치원생들조차 앞서 나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바쁘게 일하고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간을 쪼개며 사는데도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고, 항상 시간이 모자라는 건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몇 해 전 어느 언론인이 대학 입시생인 아들에게 '한국 남자들의 불행은 자기능력을 넘어서는 자리에 있는 것이다. 억지로 능력에 넘치는 대학에 가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닐 수 있다. 나는 입시를 위해 과도한 뒷바라지와 과외를 제공할 생각이 없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곧 자기 능력 안에서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될 수 있을까마는, 볕 좋은 봄에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보면 행복이 무언지를 알게는 될 것이다.
백운하 (주)크레올 대표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