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를 섞는 손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능숙하고 빠른 손놀림이 만들어낸 의외의 결과에 구경하는 이들 모두 무엇엔가 홀린 듯한 기분이다. 포커용 카드로 허를 찌르는 마술을 선보인 초보 마술사는 '놀랐지?' 하는 익살스런 웃음과 재치 있는 말솜씨로 주변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마술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는데 이젠 제 스스로 놀랄 정도로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내성적이던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고요."
이기성(17·경상고 2년) 군은 북구청소년회관 청소년 마술동아리 '비화(秘話)'의 멤버로 2년째 활동 중이다. 4년 전 학교 동아리로 출발한 비화는 수련관의 도움으로 장소를 제공받아 연습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군은 "평소에는 학교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짬을 내서 동아리 친구들과 마술 연습을 한다."며 "주말에는 시험주간을 빼고는 꼭 수련관에 모여 공연준비나 새로운 마술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이 군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은 카드마술. 언제 어디서든 카드 한 벌만 있으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군이 생각하는 마술의 매력이다.
마술 공연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비화 회원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길거리 마술도 곧잘 펼친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붙잡고 카드 마술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공연은 여간 붙임성이 있지 않고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마술은 빠른 손놀림 못지않게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말재간과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단번에 허물 수 있는 자연스런 얼굴 표정, 동작이 중요하죠." 이 군은 수련관에서 여러 학교, 다양한 나이의 또래 청소년들과 만나 단체 공연을 준비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 앞에 서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비화 회원들은 자원봉사에도 열심이다. 두 달에 한 번씩 경북대 병원 소아암 환자동 등에 찾아가 마술 공연을 한다는 것. 이용우(17·경상고2년) 군은 "아픈 몸으로 누워 있는 아이들이 공연을 보고 환하게 웃어줄 때, 잠시나마 병을 잊었으면 하고 속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황필갑(16·경상고 1년) 군도 "능숙하지 않은 솜씨인데 신기하게 봐주고 손뼉 쳐주는 아이들이 고맙다."며 "나 자신만을 위한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북구청소년회관을 '북청'이라는 애칭으로 줄여 부르면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들은 "수련관을 알지 못했다면 학교와 집, 학원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지루한 일상이 계속됐을 것"이라며 "이곳에서 경험한 즐거운 캠프나 공연이 앞으로의 수험 생활에도 큰 활력소가 될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국민의힘 새 혁신위원장
트럼프 '25% 관세' 압박에…한국, 통상+안보 빅딜 카드 꺼냈다
李대통령, 이진숙 국무회의 제외 결정…"공무원 중립의무 위반"
[단독] '백종원 저격수'가 추천한 축제…황교익 축제였다
"광주 軍공항 이전 사실상 국정과제화"…대구 숙원 사업 TK신공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