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미영 作 '易'

박미영

죽은 새 덮어둔 기왓장 들췄더니 하얗게 구더기 슬어 있었습니다 꿈틀꿈틀 새 가슴 아래 날갯죽지 아래 퀭한 눈알 그 아래, 노숙하는 당신 누워 있었습니다 딱딱한 기왓장 이불 덮고 죽은 새 아래 다리 쭈욱 펴고 누워 있었습니다 여기 계셨군요! 왈칵 무릎 꺾으며 형제들 오열했습니다 괜찮다 나는, 죽은 새 몸에 뿌리내린 달개비꽃 이슬 톡 떨어졌습니다 하얀 구더기 위로 톡 떨어졌습니다 죽은 새 덮어둔 기왓장 들췄더니 안방에서 한잠 잔 듯 기지개 켜며 당신 거기 있었습니다

오늘 또 한 가지 알았다. 새가 죽으면 기왓장으로 덮어준다는 사실을. 구름으로 이불 덮고 이슬로 눈알을 씻다가 갈 때는 기왓장을 덮고 가는구나. 그런데 하필이면 기왓장? 그러고 보니 기왓장은 도미 비늘을 닮았다. 아니 가지런한 새털을 닮았다. 그래서 기와를 덮은 집들이 늘 공중을 떠가는 새처럼 느껴졌던 것인가.

그런데 이 시는 너무 어렵다. 의미의 맥락이 잘 잡히지 않는다. 구더기가 슨 죽은 새가 어떻게 노숙하는 아버지로 바뀔 수 있는가.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버지가 어떻게 한잠 자고 일어나듯 기지개를 켤 수 있는가. 그 해답은 제목 역(易). 역이란 뭔가. 자리바꿈이 아니었던가.

죽음은 삶의 옷을 걸쳐 입고 행과 불행은 수시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므로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서 꿈틀대는 구더기를 누구라 함부로 비웃을 것인가. 골백번 죽어도 결코 날개를 달 수 없는 존재들이.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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