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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이 흐르는 풍경)평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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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역량평가, 자율혁신과제평가, 청렴도평가, 참여도평가, 서비스내용평가, 친절도평가, 고객만족도평가, 업무추진의지평가, 정책타당도평가, 경영마인드평가, 재정효율성평가, 시설활용도평가…근무평가, 교원수업능력평가, 학생수학능력평가…진단평가, 형성평가, 수행평가, 성취도평가, 자기평가, 상호평가, 직접평가, 간접평가, 상대평가, 절대평가, 정성평가, 정량평가, 과정평가, 결과평가….

바야흐로 평가의 시대입니다. 세상의 일을 따지는 셈이 점점 밝아지면서 인간의 모든 행위가 일정한 척도에 의해 평가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달콤한 보상과 끔찍한 문책이 주어집니다. 그 누구도 평가의 냉정한 계산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업무 수행 과정과 거기에 묻어 있는 속마음까지 일일이 체크당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해서 평가 자체를 귀찮아할 일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그 어느 것에나 목적 또는 목표가 있고, 목표에 따른 일의 내용이 있으며, 그 일의 내용을 실현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있다면, 이 일련의 과정이 정말 효율적으로 엮여지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평가는 세상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수행하지요.

문제는, 평가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 평가가 정말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이라는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데요. 프랑스에 파커라고 하는 유명한 포도주 감정사가 있는데,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라고 합니다. 이 사람이 100만 달러짜리 보험에 가입한 코로 판정하여 매기는 등급에 따라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많은 포도주의 가격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파커에게 세계 최고의 와인 감별사라는 권력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포도주 회사들이 오로지 이 사람의 입맛에만 맞춘 포도주를 생산한다는 겁니다. 그 사람에게 권력을 준 것은 사람들이 좋은 포도주를 선별해서 마시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권력이 과도하게 주어지면서 수단이 그냥 목표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처럼 평가 자체가 권력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가에 대한 평가, 즉 메타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어떤 평가이건 그 효용성, 실제성, 윤리성 및 기술적 적절성에 관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얻어내고 이를 이용하여 평가결과 뿐만 아니라 평가절차 전반에 대하여 점검해 봐야 합니다. '그놈의 평가업무 때문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는 불평은 바로 '그놈의 평가'에 대한 메타평가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것은 아닐까요?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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