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도 전문의 제도 있다?…표시 금지로 유명무실

2000년부터 시행…'아이OO 한의원' 등 편법 이름 붙여 혼란만 불

"전문의 자격이 있으면 뭘 합니까? 한의원 간판에 전문 과목을 표시할 수도 없는데요."

한의학에서도 서양의학처럼 내과, 소아과, 부인과 등의 전문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법이 전문 과목 표시를 금지하고(300개 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련한방병원 제외) 있어 전문의 자격이 빛을 바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의원들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전문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전문 과목을 연상시키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전문의 자격과 관계없이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것처럼 나타내면서 환자들을 유치,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2000년부터 시행됐으며 전문 과목은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등 8개 과목이며, 수련 과정은 일반과정 1년, 전문과정 3년이다.

하지만 2002년부터 전문의가 배출되면서 현재 그 인원이 1천360여 명(전체 한의사 1만 8천여 명)에 이르지만 한의계 내부의 의견 대립으로 전문 과목 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 시행 전에 개원한 한의사들이 전문의 응시자격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제도 시행 후 한의사들(전문의 세대)은 '확대 불가'로 맞서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의료법은 임시방편으로 2008년 12월 31일까지 의원급 한방의료기관(한의원)의 전문 과목 표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한의계는 2009년 이후 전문 과목 표시 여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형편이다.

대구한의대 A교수는 "의료계에서 전문화와 세분화는 시대적 흐름인데 우리나라는 한의사 전문의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해마다 배출되고 있어 이를 계속 규제할 경우 여러 가지 편법만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위법을 피해 전문화 표방을 위해 붙인 한의원 이름은 각양각색. 소아과 전문을 표방하는 경우 '00아이 한의원', '아이00 한의원' 등의 이름이 유행하고 있다. 코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코00 한의원' 등의 이름도 있으며, 척추질환은 '00강추', 비만 등 체형치료는 '슬리미', 키 성장 전문을 내세우는 경우는 '키'자를 끼워 넣기도 한다.

코 질환 전문을 주로 하는 B한의원 원장은 "특정 질환이나 특정 진료과목을 연상시키는 한의원 이름 하나만으로도 환자 유치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최근 개원하는 한의원들은 프랜차이즈에 가입하거나 이런 형태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추세"라고 했다.

방재선 대구시한의사회 홍보이사는 "전문의 제도가 한의학 발전을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제도 시행 이전 한의사들에 대한 전문의 제도 예외 규정(심사를 통한 전문의 인정 방법)에 대한 협의가 원만치 않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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