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사회 선생님이 뽑은 우리 사회를 움직인 판결

사회 선생님이 뽑은 우리 사회를 움직인 판결/ 전국사회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일반 시민들에게 법은 대체 무엇일까.

'송사 좋아하면 집안이 망한다.'거나 '법은 되도록 멀리하자'는 기피의 대상. 아니면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데, 재벌과 권력자들에게는 좀 더 많이 공평하다.'는 조롱과 분노의 대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재벌이 관련된 법원의 최근 판결을 보면, 과연 '유전무죄(=더 정확하게는 유전무벌)'라는 말이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진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씁쓰레 한다. 그리고 법에 관한 논의는 전문가의 영역인 만큼, 일반 시민들로서는 감히 '한마디'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 사회가 합의한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오랫동안 잊어진 혹은 잃어버렸던 법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이 기능을 되살려내고 있다. 게다가 이처럼 '법은 시민의 것'이라는 오래된 명제를 선명하게 되살려 낸 이들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 교사들이다. 실제 법정에 설 일이 없다고 할지라도, 현실의 많은 부분에서 법의 영향력 아래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일생에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법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한국 사회에 팽배한 법에 대한 성역 같은 것이 이제는 무너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법 역시 사회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누구든 정치, 문화에 대해 말할 수 있듯이 법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법이 계속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말해지고 정의 내렸기 때문에 법이 오히려 더 선언적이고 화석화된 이미지로 일반인들에게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히려 법을 사회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비판적 시민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동저자들의 기획, 집필 동기는 너무나 분명하다. 저 높은 곳에 있는 법을 일반시민에게로 가져오는 중개자의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판결문과 함께 판결문에 대한 비평을 추가로 실었다.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비평을 시도한 것이다. 사회 교사로서, 시민으로서의 비판의식으로 비평을 시도했다. 법원의 판결은 무조건 진리이고, 일반 시민은 함구해야 한다는 인식과는 전혀 다르게 법을 보려는 시도다. 첫 시도는 간단한 비평이지만, 이러한 시도는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빼앗긴(?) 시민의 법을 시민들이 되찾아 오기 위해서는······.

'호주제 ' '출가외인 종회 회원 인정' '우리 집 앞 러브호텔' '여성 조기 정년' '술 접대 업무상 재해' '소액 주주의 권리' '무죄를 유죄로 보도한 언론은 무죄인가 유죄인가?' '성폭행 보복 살인'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 '청소년 성 범죄자 신상 공개' 등 교사들이 선정한 39개의 우리사회를 움직인 판례를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눈으로 한 번 바라보고 비평해 보자. '그들의 법'을 '우리의 법'으로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364쪽, 1만 7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