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반월당역 에스컬레이터 툭하면 고장

대구시-상인 '네 탓'…애궂은 시민만 불편

▲ 지하철 반월당 역 출구 4곳의 옥외형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으로 일제히 가동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지하철 반월당 역 출구 4곳의 옥외형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으로 일제히 가동이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 옥외 에스컬레이터가 잦은 고장으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러나 고장 원인을 두고 상인들과 대구시가 '네 탓 공방'을 벌이는 탓에 애꿎은 시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메트로센터 측에 따르면 15일 현재 지하철 역사와 지하도를 잇는 옥외형 에스컬레이터 중 적십자병원과 계산성당, 덕산빌딩, 대구학원 방면 등 4곳이 가동 중단된 상태다. 옥외형 에스컬레이터는 비가 잦았던 8월 말부터 최근까지 14곳 모두 차례로 가동이 중단됐다. 비가 내린 직후뿐만 아니라 매월 이뤄지는 정기검사 때마다 주요 부품에서 문제가 발견, 운행이 중단됐던 것.

그러나 에스컬레이터의 정상 운행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옥외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주요 부품을 모두 수입에 의존해 수입과 보수까지 2주 이상 걸리기 때문. 회사원 박병대(45) 씨는 "툭하면 고장 나는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리는 노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스럽다."며 "횡단보도의 수가 줄어 보행권이 침해받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까지 고장이 나면 시민들은 어떡하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인들은 에스컬레이터의 수리에 들어가는 수천만 원 상당의 비용에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만 570만 원, 구동 체인도 수만~수십만 원에 이른다는 것. 실제 메트로센터 측은 8월부터 최근까지 에스컬레이터 부품의 교체·수리 비용만 7천만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에스컬레이터의 고장 원인을 두고 상인들과 대구시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상인들은 지붕이 없는 옥외 에스컬레이터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야외에서 1년 365일 바깥 날씨를 견뎌야 하는 옥외 에스컬레이터의 특성상 내구연한이 짧아지고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는 것. 메트로센터 관계자는 "4년 연한인 핸드레일이 3년도 되지 않아 교체해야하고, 10년마다 갈면 된다는 구동 체인도 교체가 불가피한 형편"이라며 "예상 외로 유지·수리비가 엄청난 형편이지만 수리비 전액을 상인들이 물어야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메트로센터는 사업자가 20년간 사용 후 대구시에 기부 채납하도록 돼 있으며 무상 수리기간 이후의 모든 유지비용은 사업자 측이 부담토록 돼 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에스컬레이터의 잦은 고장은 상가운영회의 관리 소홀 탓이라는 입장이다. 옥외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설계시에 모든 부품과 전선, 컨트롤러의 외장을 방수형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눈·비를 맞았다고 고장이 잦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가 관리하던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사용하던 에스컬레이터가 한꺼번에 고장났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상인들이 시설유지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데, 메트로센터의 시설 유지·관리에 소홀한 탓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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