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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공연 입장료 유감

12월이 얼마남지 않았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시기가 여름이라면 무대공연의 성수기는 역시 12월이다. 대구 공연예술계도 연말을 앞두고 활기가 넘친다. 이미 뮤지컬·연극·콘서트·클래식음악회·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사이트에 등록된 지역의 12월 공연들이 그득하다. 이 공연 저 공연의 일정과 연출, 출연배우 등을 빠짐없이 살피다 보면 가끔은 고가의 티켓 가격에 놀라기도 한다.

해외 유명 공연의 수입 붐과 뮤지컬의 급부상, 기업의 문화마케팅 등이 얽혀 빚어낸 '고가 공연'이 이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일반화될 기세이다. 무대공연을 둘러싸고 '티켓 가격'이 곧 '작품의 질'이고 '나의 문화수준'이란 이상한 논리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공연계에 불고 있는 '고가 공연'에 대구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문화생산기지가 아닌 단순 문화소비지 성향이 큰 대구의 경우 '비싸야 잘 팔린다.' '어차피 한정된 관객 저변인데 몇 만 원 비싸도 볼 사람은 본다.'라는 풍토에 과연 무대공연을 제값에 제대로 대접받으며 관람하는지도 불안하다.

무대 공연도 문화상품이어서 제작사가 제작비에 의거 티켓가격을 적정 산출하고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소비가 이루어지니 특별히 '고가의 티켓 가격'을 탓할 것은 없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고가의 공연'이 일반인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부작용이 생기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관객과 기업 후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열악한 재정에 힘들어하는 지역 공연계를 더욱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다.

기업의 획일적인 문화마케팅도 문제이다. 최우수 고객에 대한 대접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기준금액 이하의 공연이나 소극장 공연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현실이다. 즉 지난 9월부터 시행된 기업의 문화접대비 손비처리 수혜도 일부 고가 공연에나 해당되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무대공연을 제작하거나 공연배급을 하는 기획사들도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광고홍보비와 리스크 비용을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진 않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경제적으로 능력있는 소수의 제한된 관객만을 좇으면 미래의 관객은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가 공연'이 최근 몇 년에 이렇게 증가하게 된 이유 중에 문화소비자로서의 관객의 잘못된 인식도 없지 않다. 계층을 구별 짓는 가치 기준으로서의 문화가 아닌, 예술적 가치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문화, 그것이 필요한 때이다.

전광우(문화예술전용극장 C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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