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 수험생들에게

2008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이 적어도 겉으로는 무사히 끝났다. 몇 년간의 계획과 진통 끝에 사상 처음 치러진, 등급만 표시되는 대입 수능시험을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가슴 졸이며 준비해 왔다. 하지만 교육과정평가원의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는 원점수를 들고 발만 구르면서,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는 수능 등급 때문에 애간장이 탄다는 소리들이 많다. 시행 전부터 논란의 소지가 많았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고는 하지만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 시행착오의 희생양으로서 소위 '저주받은 89년생'이 된 셈이다.

어쨌든 2008학년도 대입 수험생들은 내신 등급과 수능 등급 점수만으로 자신이 진학할 대학을 결정해야 한다. 전형방법이 다양한 대학들을 앞에 놓고, 처음 실시되는 제도라 지난해의 입시자료를 참고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 해보다 더 불안한 심정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제도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악법도 법이기에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덕을 보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예비대학생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심사숙고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먼저, 예비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과감히 깨야 한다. 우리 사회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들이 난무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양 호도하는 사회풍조가 강하다. 그리하여 인문학이 위기를 넘어 붕괴의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인문계열 학생이라면 우리의 확고한 전통과 정신문화, 예컨대 '한글', '퇴계사상' 등과 같이 우수한 정신문화를 창조하고 또 그러한 우수한 문화콘텐츠들을 세계로 전파하는 위대한 인문학도의 꿈을 꾸어주기 바란다.

이공계 기피현상 또한 시급히 청산해야 할 과제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초 자연과학에 힘을 써야만 국력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몇 푼의 장학금만으로 이공계 지원자를 늘리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이공계 인재 육성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분위기 쇄신이 급선무다. 포화 상태에 이른 의약계열보다는 머지않아 이공계 출신이 우대받는 시절이 반드시 온다. 수험생들은 이 점을 잘 생각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와 학과를 선택하기 바란다.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의 지금 이 시간이 여러분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시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시와 정시모집에서 치러야할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 다른 수험생들도 독서를 통해 필요한 배경지식을 축적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학생들 역시 들떠있는 마음을 진정하고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을 틈틈이 읽음으로써 마음의 양식을 쌓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첩경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중학교 3학년 말기에 가졌던 자신의 태도에 따라 고등학교 시절이 좌우되었음을 되짚어 보면 그 이유는 분명해질 것이다. 독서의 내용에 관해 꼭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처럼 지식의 통섭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토익이나 영어회화 등 외국어 공부에 소홀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필요하지만 사회에 나가서도 외국어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살리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악기 하나쯤 연주하는 법을 배워 둔다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에 긴요하다. 국악이나 풍물에 관심을 가져도 좋고 기타나 피아노 또는 관현악기 중에 평소 관심을 가졌던 악기를 택하는 것도 좋겠다.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유화나 수채화를 배워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학업에만 열중하여 체력이 약해지거나 비만인 학생들은 이 기회에 자기 체력을 관리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건강한 심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여가가 없어서 못했던 체험활동이나 봉사프로그램, 문화 행사에 직접 참여해 보면 이론적으로만 인식했던 사회의 실상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비대학생 여러분!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차이점 중에 중요한 한 가지는 대학에 가면 보호자의 인장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성인이 되는 셈이다. 수강 신청에서부터 모든 일들이 본인의 결정으로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이제는 마마보이, 파파걸이 아니라 청춘의 나래를 활짝 펴고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적인 학도가 되어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각자가 맡은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꼭 필요한 이 나라의 棟梁(동량)이 되도록 알찬 대학 생활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

반기동 경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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