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이 엄마' 오페라 총감독 박창근 안동대 교수

"400년전 애틋한 부부 사랑, 디지털 시대에 진한 감동"

'당신 언제나 나에게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원이 엄마의 편지 중에서)

세계 28개 국에 동시 발행되는 인문지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007년 11월호에 한국에서 발견된 '400년의 사랑, 미투리' 한 켤레에 주목했다. 이 미투리(짚신처럼 삼은 신발)는 조선시대 안동에 살았던 원이 엄마라는 20대 후반의 여인이 남편 이응태의 병이 깊어지자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실과 섞어 삼은 것이다. 간절한 기도에도 남편이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죽자 아내는 미투리와 그리움을 담은 한글편지를 써서 무덤에 함께 넣었다. 그 미투리와 편지는 400여 년이 지난 1998년 안동시 정하동에서 택지개발 공사중에 원형 그대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얼마나 한이 깊었으면, 얼마나 사랑했으면 남편의 시신도, 편지도, 미투리도 썩지 않았을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원이 엄마'의 사연과 미투리를 '사랑의 머리카락(Locks of Love)'이라는 제목으로 기사와 함께 사진을 소개했다. 이 잡지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이 미투리와 애절한 편지가 한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며 "이들 부부의 애절한 사연은 한국에서 두 권의 소설과 다큐멘터리로 제작됐고, 동상이 세워졌다."고 소개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특히 400년 전에 떠난 이응태 부부의 죽어서도 끊지 못할 애절한 사랑을 주제로 안동대학교 박창근(54) 교수가 제작 중인 오페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총감독을 맡아 이 오페라를 제작 중인 박 교수는 안동대학교 예술체육대학 학장으로서 지휘 및 실내악 연주 활동을 해 온 교수다. 박 교수는 "옛날 한국인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뿐만 아니라 사랑과 이별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며 가칭 '원이엄마' 오페라 제작 배경을 밝혔다.

오페라 음악은 안동대학교 음악과 조성룡 교수(작곡 전공)가 2007년 2월 완성 후 수정작업을 진행 중이며, 시나리오는 원이엄마 이야기를 토대로 2006년 출판돼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소설 '능소화'(예담)를 극화한 것으로 이미 완성됐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또한 이태리에서 성악과 오페라 연출활동을 하고 있는 유홍식 교수가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아 작업 중이다.

박 교수는 "오페라 '원이 엄마(능소화)'는 안동의 탈춤과 상여, 한국인의 사랑, 우리나라 전통 결혼식,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동양적인 꽃 능소화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와 인류적 이야기인 '사랑'을 주제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3막 6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 오페라는 주인공 이응태와 여늬(원이엄마)의 만남과 이별, 끝 없는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당초 2007년 공연을 목표로 제작을 시작했지만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박 교수는 "오페라 작곡의 수정 작업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무엇보다 오페라 공연을 위한 막대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연이 늦어지고 있지만 내년 중에는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잊지 못할 슬픔은 없다고들 한다. 세월의 파괴력은 강철을 녹이고도 남을 만큼 강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사람이 잊거나 이기지 못할 슬픔이 있음을 나는 안다. 죽어서도 잊거나 이기지 못할 사랑에 대해, 시들지 않고 떨어지는 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오페라 '원이 엄마'의 원작 소설 '능소화'를 쓴 작가 조두진(매일신문 기자)의 소설 후기 일부다. 그의 후기처럼 400여 년을 지켜온 이응태 부부의 사랑은 이제 세계 28개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총감독 박 교수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와 소재, 그리고 가장 세계적인 주제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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