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소설이나 TV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작품은 서양 작품과 달리 그렇게 낯설지 않으면서도 우리 정서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련님'은 일본 근대문화의 아버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소설(1906년 발표)이다. 100년이 지난 소설이지만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세상과 삶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혜안이 돋보인다. 작품에서 다룬 자아의 문제는 당시의 사회적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도련님'은 세상 물정 모르는 고집 불통인 주인공이 세상을 알기까지의 삶을 그린 성장 소설(成長小說)이다.
담백하면서도 읽는 맛이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주인공 도련님은 스스로 막무가내임을 인정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대쪽' 같은 성격이다. 이 작품은 저자가 마쓰야마 중학교의 교사가 되어 시코쿠에서 보낸 1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주인공의 성격이 형성된 배경과 악동 시절 저지른 사건들에 대한 묘사로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부모님한테서는 야단을 맞고, 부모님께 인정받고 있는 모범생인 형과는 늘 다툰다. 형에 대한 콤플렉스, 아버지에 대한 반감도 갖고 있다. 이런 주인공을 늙은 하녀인 기요만은 '도련님은 대쪽 같은 올곧은 성격'이라며 치켜세운다.
물리전문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시골 중학교의 선생이 된다. 그곳에서 교장인 '너구리'와 교감인 '빨간 셔츠', 영어선생 '끝물 호박', 미술선생 '떠버리', 의리파 수학 주임 '거센 바람' 등을 만난다. 주인공은 장난칠 구실만 찾는 학생들, 위선적인 동료 교사들, 싸구려 골동품을 사라고 졸라대는 하숙집 주인 등에게 시달린다. 누구 하나 믿고 의지할 사람 없는 낯선 시골에서 주인공은 기요를 생각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리고 유일한 즐거움은 온천욕.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적응할 시점에 '사건'이 터진다. 주인공은 교활한 '빨간 셔츠'의 음모에 빠져 정의파 '거센 바람'과 서먹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하숙집 사건으로 '거센 바람'의 사람됨을 알게 된다. 갑작스런 '끝물 호박'의 전근으로 '빨간 셔츠'와 갈등을 겪는다. 학생들과 심한 마찰을 일으키고, 급기야 학생들의 집단 패싸움에 말려들어 일은 더욱 꼬이게 된다. 답답한 시골에서 말 안 듣는 학생들과 속을 알 수 없는 선생들과 부딪쳐가며 인간 존재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 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코끝을 찡하게 하는 순간도 있다. 도련님이 자신을 돌봐 준 늙은 하녀 기요를 생각하는 마음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생각해보기
1.'너구리', '빨간셔츠', '끝물호박', '떠버리', '거센바람' 등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특징을 정리해 보자.
2. 일본의 사회문제의 하나인 '이지메'가 이 소설의 소재가 됐다. 소설에 나타난 이지메는 어떤 유형이며, 왜 이지메가 나타났는지 생각해 본다.
3. 하녀 기요는 부모들에게 야단만 맞는 도련님을 '대쪽 같은 올곧은 성격'이라고 치켜세우는데 이런 기요의 칭찬은 도련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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