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中企 유동성위기 급한 불…대책은 찔끔찔끔"

키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역 중견업체인 IDH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가 하면 다른 기업들도 속앓이가 심하다. 지역의 또다른 키코 관련 기업 대표들을 만나 심경과 제도 개선 방법을 들었다.

대구에서 제조업을 하는 A 사장은 (주)IDH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소식을 접한 심정과 자기 회사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대부분 수출을 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인 그는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지난해 회사 총무부장이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이 920∼930원 정도 할 때 약정환율 980원을 보장해 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2개 은행과 3건의 키코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정부출연기관들이나 민간경제연구소에서 환율이 안정된다는 분석을 했고, 주로 외국계 은행들은 키코 상품의 좋은 점만 귀찮을 정도로 권유했죠. 물론 은행들은 환차익을 본다는 것만 설명을 했지 환율이 구간 상단을 뚫고 오르는 순간(Knock-In)부터는 약정금액보다 2~3배 많은 달러를 은행에 팔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위험 조건은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A사장은 키코에 따른 손실로 현재까지 3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때문에 키코 상품을 추천했던 총무부장은 몇개월 전 스스로 사표를 쓰고 퇴사했다. 그는 고환율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니지만 은행들의 태도는 키코 상품을 팔 당시와는 180도 변했다고 했다.

키코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 중소기업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환헤지 피해대책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5, 6월부터 본격적으로 키코 계약의 계약금 중도 해지와 쌍방 해지권, 손실금 부담 완화 등의 대책과 지원책을 정부와 은행권에 요구했지만 가만히 있다가 지난 8월 태산LCD가 흑자도산을 하면서부터 뷰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등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A사장은 "아마 대구 경북에도 중소기업들 중에는 키코 등 파생상품과 선물환이나 환보험 등에 가입해 피해를 입는 업체들은 상당수가 빈사 상태일 것"이라며 "엄청난 피해로 줄도산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 중소기업들을 위한 지원대책이 너무 늦었다. 피해 규모에 비해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해 '달아 오른 난로에 물을 떨어 뜨리는 격'"이라고 했다.

A사장은 "일단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들을 위해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키코 등 파생상품들이 왜 도입됐고, 이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어떤 쪽의 이익으로 귀속됐는지 등을 철저하게 파헤쳐 다시는 이같은 일이 없도록 교훈을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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