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시험 응시연령 폐지에 늦깎이 '공시족' 몰려

내년부터 공무원 시험 응시 연령 제한(현재 7급 35세, 9급 32세)이 폐지되면서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젊은 직장인, 실직자, 육아 부담을 던 주부들이 대거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사기업에 비해 선발이 공정하고 안정적인 공직에 대한 매력이 더 커지기 때문. 늦깎이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족)이 학원가로 몰리면서 일부 학원은 벌써부터 이들을 위한 '주부반'이나 '직장반' 등 특별반 편성 준비에 들어갔다.

◆다시 책을 펴는 사람들=주부 이모(37)씨는 며칠 전 대구시내 한 공무원학원에 수강신청을 했다. 예전에 공무원이었던 그녀는 육아 때문에 그만뒀으나 노후대비를 위해 다시 책을 잡았다. 이씨는 "대형소매점이나 식당 외에는 갈 만한 곳이 없어 고민하다 나이제한이 폐지된다고 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44·동구 방촌동)씨도 두 달 전부터 퇴근 후 틈틈이 인근 도서관에서 매일 2, 3시간씩 영어, 국어, 행정법 등 일반행정직 수험서와 씨름하고 있다. 김씨는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언제 그만둬야할지 모를 상황"이라며 "기초가 어느 정도 쌓이면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공무원학원에는 직장인과 무직상태의 30대 중후반의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 한국공무원학원 경우 수강생의 6, 7%가 30대 중후반 이상의 장년층이다. 야간반의 경우 직장을 다니는 공시족까지 가세하면서 100명인 한 반에 보통 장년층이 20여명에 이르고 있다.

대구춘추관행정고시학원 곽동진 홍보관리팀장은 "요즘 40대 이상 장년층의 문의전화가 많다"며 "아직은 몰래 준비하는 경향이 있지만 내년 첫 시험에서 고령 합격자가 늘면 늦깎이 공시생들이 대거 몰릴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임용은 바늘구멍=김모(40·수성구 범물동)씨는 5년 전 퇴사 후 자그마한 식당을 하다 실패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케이스. 김씨는 "경기가 안좋다 보니 뭘 해도 성공하기 힘들지 않느냐"며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기 힘들겠지만 20년은 고용이 보장된다는 생각에 가족과 상의해 공무원 시험 준비에 1년을 허락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되는 길은 쉽잖아 보인다. 정부가 지방공무원 정원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지방 조직개편에 나서면서 각 지자체가 정년퇴직 등으로 줄어드는 자연감소분만 충원하고 있어 내년 신규 채용은 오히려 줄 전망이다. 대구의 경우 마땅한 직장 구하기가 힘들어 20대 젊은층의 공무원 시험 열기가 높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춘추관학원의 하근영 이사는 "일반행정직 경우 공부할 과목이 많은데다 난이도가 높고 합격점수도 아주 높아 섣불리 덤벼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늦깎이 수험생 경우 경험과 절박함 등으로 집중력이 높은 만큼 꾸준하게 공부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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