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차 의료기관 본인부담금 인상…환자 '봉인가'

내년부터 3차 의료기관 외래환자 본인부담금과 일부 진료과목 수가(酬價)가 잇따라 인상됨에 따라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보건복지가족부가 대학병원 등 종합전문요양기관의 본인부담금을 현재 50%에서 60%로 올리기로 했지만 애초 기대되는 1, 2차 진료기관인 병·의원급으로의 분산 효과보다는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부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환자가 분산될까?=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의 재진 기준 본인부담 진료·처방료가 특진 1만5천680원, 일반 1만2천330원 정도여서 10%포인트 인상할 경우 1천200~1천600원에 불과해 이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환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본 검사 항목이 많고 가격이 비싼 일부 과목 초진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오랫동안 한 의사에게 진료 및 약 처방을 받던 재진 환자가 1천~2천원 때문에 1, 2차 의료기관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본인부담금 인상으로 환자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 병원에선 민원만 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또 내년 1월부터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가가 저평가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와 관련한 320개 의료행위의 의료수가를 1~3% 인상키로 해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이 더 높아지게 됐다. 복지부는 소위 '3D 진료과목'으로 불리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의 경우 업무량에 비해 가치가 저평가돼 상향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전공의(레지던트) 미달 사태가 반복되는 외과(3.8% 인상), 흉부외과(1.5%), 산부인과(2.7%)의 의료수가를 올려 금전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 외과 계열인 비뇨기과와 신경외과 등의 수가도 소폭 인상된다.

'건강권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 유혜원 정책국장은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하게 할 필요는 있지만 환자 부담을 높여 환자를 분산하려는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전반적인 보건의료 인프라를 관리·개선하지 않고 일부 수가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진료과목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그 후가 더 문제?=건강보험의 경우 내년에는 동결이 예정돼 있지만 그 후년인 2010년에는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 장기침체에 따라 감봉, 감원, 소득 감소 등이 빚어지면서 건강보험 징수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장성 확대 사업 등은 점차 확대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중규 사무관은 "본인부담금을 높이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늘기 때문에 가벼운 질환이나 당뇨·고혈압 등 단순 만성질환 환자들이 동네 병·의원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 의료전달체계=병·의원의 의료전달체계는 1, 2, 3차 의료(급여)기관으로 나뉜다.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또는 조산원은 1차,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또는 요양병원은 2차, 대학병원 같은 종합전문요양기관은 3차이다.

▨ 의료수가(醫療酬價)=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진료, 입원,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 '본인부담금'은 환자가 일부 진찰료와 처방료를 내는 것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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