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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최정숙 농식품자원연구관

"솔숲의 향+동양적 신비감, 오감 만족시켜주는 고품격 콘셉트로 세계화를

"송이는 그 고상한 자태가 일단 보기에도 좋고, 씹으면 쫄깃한 입감에다 싱그러운 솔내가 코를 통해 온몸에 배어, 마치 가을 산속의 솔가지를 주워 몸에 붙인 기분이 나게 하지요."

농촌진흥청 최정숙 농식품자원연구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오랫동안 동양에서 즐겨 온 송이는 동양적 신비감에다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음식이라는 콘셉트로 세계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연구관은 "될 수 있으면 손이 덜 가고, 재료의 고유한 맛을 즐기기 위해 여러 가지 양념을 하지 않는 게 요즘 추세"라며 "송이 자체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날로 먹거나 살짝 구워 내는 요리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이의 경우 요리 시간이 길어지면 향이 달아나고 질겨지기 때문. 그는 또 "송이돌솥밥 등 송이가 들어가는 음식을 조리할 때, 그릇에 담아 낼 때 솔잎을 함께 곁들이는 방법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솔잎 향이 그릇과 음식에 그대로 전해져 음식의 품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 연구관은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인 피에르 가니에르가 한국을 찾아 '송이 된장국'을 먹은 후 보인 반응을 소개하면서 송이 요리의 미학과 세계화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가니에르는 먼저 뚝배기에 코를 갖다 대고 한참 동안 냄새를 맡은 뒤 눈을 감은 채 "이 찌개에서 숲의 향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2년 묵힌 된장과 송이를 함께 끓였다는 식당 주인의 설명에 가니에르는 "향이 매우 훌륭하다. 맛도 정교하고 손이 많이 간 음식임이 느껴진다. 외국인들이 이 냄새를 안 좋아할 거라는 건 편견"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외국인도 알아주는 우리 송이를 고유 전통식품이나 식문화와 접목해 내놓는다면 세계에서 이름난 어떤 음식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땅에서 나는 재료에다 맛의 미학이 더해진다면 우리 음식문화의 품격까지 높여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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