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부상 악재 털고 새로운 도전해야

프로야구 정규 시즌 우승에는 3가지 필수 조건이 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없어야 하고 부상당한 주전 선수를 대체할 선수층이 두터워야 하며 구단과 선수단의 마찰이 없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2009년 삼성 라이온즈는 세 가지 중 앞선 두 가지가 부족했다.

만일 외국인 투수들이나 대체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면 주전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한 해였다고 자부했을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성이 우승권의 전력을 갖춘 팀이라고 인정하긴 어렵다. 주전급 선수들의 누적된 피로, 그로 인한 부상 노출과 여전히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기본 전력 탓이다.

2001년 이후 FA 최다 영입으로 2002년 첫 한국시리즈 패권과 2005년과 2006년 연속 우승은 일궜지만 그 영광에 반하는 많은 과제 또한 남겨졌었다. 그러나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위업 속에 그 과제들은 심각하지 않게 묻혀버렸다.

2005년 10월 우승 후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선수들은 코나미컵 대회에 참가했다. 우승 후 축하 행사 등으로 바빴던 일정과 대회 참가를 위한 훈련일을 포함하면 주전급 선수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정해진 축제에 동참했었다. 곧이어 제1회 WBC 대회에 오승환과 박진만이 대표 선수로 뽑혔고 3월 초순에 열린 이 대회를 위해 이들은 예년보다 일찍부터 몸을 만들어야 했다.

2006년 2년 연속 우승에는 베테랑들의 관록과 47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한 오승환의 몫이 컸다. 쉬지 못한 채 강행군을 한 오승환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팀의 주춧돌이 되어 주었고 고비마다 베테랑들의 수훈으로 10월 29일 한화 이글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선수들은 11월 10일에 열린 코나미컵을 위해 또다시 나서야 했다.

2년 연속 우승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힘을 소모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지만 여기저기 챔피언을 반기면서 마음 편히 쉬질 못했다. 결국 스프링캠프의 시기에 이르러 부랴부랴 몸 만들기를 서두르지만 훈련량을 이겨내지 못해 부상으로 이어지거나 훈련량을 감량할 수밖에 없는 등 후유증은 서서히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또한 김한수, 박종호, 심정수, 김종훈, 김대익 등 FA가 주축이었던 탓에 이들의 퇴진 후에 선수층도 급속히 엷어졌다.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 세대 교체를 위한 신예 기용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남겼지만 아직은 중심적 해결사 역할을 맡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누적된 피로는 해를 거듭하면서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이어졌고 이들의 공백을 대체할 선수들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이제 삼성은 긴 안목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경험 많은 대부분의 노장은 떠나고 베테랑은 양준혁과 박진만, 진갑용만 남았다.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시작되고 젊은 세대에 라이온즈의 미래가 달린 것이다. 무한 경쟁을 통해 거듭나는 내년 시즌을 기대해 본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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