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중시설 피하자" 대형마트·식당 손님 뚝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맞벌이 아이 맡기기 전전

'신종플루 잡기 총력' 신종플루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진천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비누로 손을 씻고(사진 위) 검단동의 한 시내버스 차고지에서는 직원들이 버스내부에 살균, 방역 소독 작업을 하며 신종플루 예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신종플루가 일상생활을 바꾸고 있다. 감염을 피하기 위해 대중시설 이용을 꺼리는가 하면,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주문배달업체는 '신종플루 특수'를 누리고 있다.

29일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아파트. 이곳에 사는 이웃이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엘리베이터 이용이 줄었다. 밀폐된 엘리베이터 내에 바이러스가 남아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상당수 주민이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5층에 사는 주민 강모(49)씨는 "이웃이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요즘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오르내린다"며 "10층 이상 고층에 사는 입주자들은 엘리베이터를 탈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6세 아들을 둔 정모(32·여)씨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며칠 동안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는데, 휴가를 낼 수 없어 영천에 있는 어머니를 모셔서 아이를 맡겼다"고 했다.

시민들이 다중 이용시설을 꺼리면서 대형마트도 한산해졌다.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19일부터 열흘간 방문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정도 줄었고, 매출도 10~20% 감소했다. 계산대 직원은 "보통 때 같으면 오후 7, 8시쯤 긴 줄이 만들어져 계산을 하려면 눈코 뜰 새 없었는데, 요즘은 고객의 발길이 줄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반면 배달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식당을 피해 집이나 사무실에서 인터넷과 전화로 음식을 주문해 먹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은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발생한 8월 15일부터 최근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특히 1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0월 TV홈쇼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GS홈쇼핑도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에 비해 각각 26.9%와 104% 증가했다.

29일 수성구의 배달음식점들은 배달주문을 받느라 분주했다. 한 분식점은 오토바이 3대로 주문음식을 배달하고 있었지만 "빨리 갖다달라"는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분식점 주인은 "개별 용기에 포장된 음식 주문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며 "보통 낮 12시 40분 정도면 끝나던 배달이 요즘은 1시간 이상 더 이어진다"고 했다.

잔을 돌리던 회식문화도 바뀌었다. 직장인 박모(32)씨는 "소주를 마신 뒤 상사에게 술 한잔 권하는 게 예의였는데, 요즘은 각자 잔에 따라 마신다"며 "민감한 사람은 악수하는 것도 꺼려 자칫 신종플루가 정(情)마저 없애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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