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 때, 전화는 '소통'을 위한 도구였다. 멀리 떨어진 사람과 대화를 나눌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전화는 그렇게 시공간을 압축함으로써 인류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한국에 전화가 들어온 것은 1896년으로, 100년하고도 10여년이 더 지났다. 애초 전화의 목적은 소통에 있었지만, 한국에서 전화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까지 획득했다. 개화기에 전화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특권이었다. 그 세월이 가장 길었다. 1980년대에는 전화 청약을 해놓고 개통까지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옆집의 전화를 우리집 전화처럼 쓰는 일도 흔했다. 자신의 집에 전화가 개통됐을 때 비로소 '중산층'이 된 것으로 여긴 사람들도 많았다.
1990년대에 이르러 전화는 '오락'으로 변했다. 휴대전화 보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00년대에는 이른바 '종교'가 됐다. 다소 과장처럼 비칠지 모르지만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휴대전화 4천만 시대를 바라보는 한국은 세계에서 통신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나라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업무는 물론, 놀이, 소통, 생활을 모두 해결한다. 이제 휴대전화 없는 한국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전화는 우리 생활에 어떻게 이렇게 깊숙이 들어온 것일까. 전화에 기대는 우리의 심리적 근간은 무엇일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전화는 어떤 위상과 의미를 가지는가. 강준만 교수는 다양한 전화관련 자료와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풍경을 읽는다. 독립투사로 유명한 김구 선생은 전화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전화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보이스 피싱은 좋은 예이다. 가족들 간에 휴대 전화 때문에 다툼도 심심치 않다. 이 책은 전화를 매개로 한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읽는다. 432쪽, 1만 4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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