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百年大計)란 말은 원래 교육 분야 용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관중이 저서 '관자'(管子)에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그 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관중은 '십년수목백년수인'(十年樹木百年樹人'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이라 했고, 여기에서 '교육은 백년대계'란 말이 비롯됐다.
이 말이 회자하는 것은 역시 세종시와 관련해서다. 백년대계는 결코 타협할 수 없다거나 세종시 원안 수정론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백년대계를 갖다 붙이는 식이다. 심지어는 3천222억 원짜리 성남시 신청사를 수식하는 데에도 '백년대계를 내다보고'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1년은 고사하고 몇 달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게 세상 일인데 100년 후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확하게 앞날을 예측하는 지혜와 능력은 물론 그에 따라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계획을 짜야만 진정한 백년대계가 될 수 있다. 또한 흔들리지 않고 계획을 추진해야만 백년대계가 제대로 값어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백년대계를 얘기한다면 세종시를 만들려는 본뜻이 무엇인가부터 따져봐야 하는 게 먼저다. 뭐니 뭐니 해도 세종시가 지향하는 바는 국가 균형발전이다. 수도권만 잘살고 지방은 배를 곯는 대한민국의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중앙 부처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종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전국에 10개 혁신도시를 만드는 것도 세종시처럼 국가 균형발전에 뜻을 두고 있다.
이 정부와 수도권 정치인 등 세종시 원안 수정론자들은 백년대계를 앞세워 효율성과 통일 후 대비와 같은 말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발전에서 소외당한 지방민들에겐 수도권이 가진 기득권을 계속 지키겠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고루 잘사는 것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 나라의 백년대계다. 그러나 행정 중심 도시에서 기업 중심 도시로 세종시 성격이 바뀌는 와중에 지방에 대한 인식과 배려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국가 균형발전도 백년대계의 하나란 사실을 명심하고 지방을 위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세종시 수정론자들을 바라보는 지방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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