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가워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선크림'으로 불리는 '일광차단제'. 최근 오존층의 파괴 및 피부암의 발생 증가 등과 더불어 일광차단제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며, 미국 FDA에서는 일광차단제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 따로 관리할 정도다. 피부과 전문의사로부터 일광차단제의 종류와 기능, 사용법에 대해 들어본다.
◆일광차단제의 종류
일광차단제는 자외선 흡수 화학물에 따라 화학적 제재와 물리적 제재로 나뉜다. 화학적 제제에 쓰이는 화학물질은 고에너지를 방출하는 자외선을 흡수해 해롭지 않은 저용량 자외선으로 바꿔준다. 화합물 분자구조에 따라 자외선B 또는 자외선A 일부를 흡수한다. 화학적 제제는 단독으로 사용하면 일광차단지수 15 이상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2개 이상 혼합해 사용된다. 피부에 바를 경우, 물리적 제제에 비해 투명하고 미용적으로 우수한 특성도 있다.
물리적 제제는 주로 색소성 물질이 함유돼 피부에 불투명막을 형성해서 자외선을 반사시키거나 산란시킨다. 다양한 파장대의 햇볕을 막을 수 있고, 피부를 통과할 수도 없으며, 빛에너지 영향을 받지 않는 무해한 색소여서 과민반응도 잘 일으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입자가 크기 때문에 미용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나노입자(지름 100nm 이하)로 만들어 사용한다. 나노 크기의 물리적 차단제는 빛 입자를 산란시키는 동시에 화학적 차단제처럼 빛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도 있어서 우수하다. 다만 불투명막이어서 미용적으로 좋지 않고, 여드름, 모낭염, 땀띠를 유발할 수 있으며 햇빛에 잘 녹는다는 단점이 있다.
◆일광차단지수와 내수성
일광차단제의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광차단지수(Sun Protective Factor, SPF)가 흔히 사용된다. SPF는 오스트리아 과학자 프란츠 그레이테가 도입한 개념. 일광차단제를 바른 부위가 그렇지 않은 부위에 비해 얼마나 오랫동안 화상을 입지 않고 견디는가를 뜻한다. 주로 자외선B에 대한 일광차단 효과를 의미한다. 현재 자외선A에 대한 일광차단 효과를 측정하는 표준화법은 없다.
이 밖에 '내수성 자외선차단지수'(substanivity)라고 해서 흔히 '워터 프루프'(water proof · 방수)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지표가 있다. 일광차단제품들에는 '워터 리지스턴트'(water resistant·내수성)라고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워터 리지스턴트'는 일광차단제를 바른 뒤 물에 40분간 담그고 난 후에도 SPF를 처음처럼 유지하는 것을 뜻하며, '워터 프루프'는 80분 후에도 SPF가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비슷한 개념으로 '내수성 자외선차단지수'를 사용한다. 제품을 바르고 물속을 드나드는 내수성 시험법에 따라 측정한 SPF가 일반 SPF의 50% 이상을 나타내는 경우, '내수성' 혹은 '지속내수성'이라고 표기한다. '내수성'은 물놀이를 1시간 하는 경우로, '지속내수성'은 약 2시간 동안 하는 경우로 설정해 측정한 값을 기준으로 각각 이름을 붙이도록 허가돼 있다.
◆고루 충분히 바르는 것이 중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르는 양이다. 대개는 적정용량인 2㎎/㎠에 훨씬 못미치는 양을 바른다. 피부 표면이 고르지 못한 탓에 고루 바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두 차례 덧바르는 방법이 추천된다. 특히 일광 차단제는 마찰, 땀, 수영 후에 쉽게 없어지기 때문에 노출 20분 전에 바르고 매 2, 3시간마다 다시 바르는 것이 좋다. 얼굴과 목, 팔은 티스푼 반 이상을, 몸통과 다리는 티스푼 한 이상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티스푼 하나의 양은 대략 6㎖로 계산된다.
일반적으로 6개월 미만 유아에서는 일광차단제 성분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이 커서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6개월 이상의 어린이에게는 반드시 일광차단제를 바르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다.
최근 파운데이션이나 크림에 차단 성분이 들어가며 SPF수치가 표시되는 다목적 화장품이 늘고 있다. 흔히 이런 화장품만으로도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다고 여긴다. 유럽에서 차단제에 대한 요구 사항인 4가지를 기준으로 35개 화장품을 조사한 결과 35개 제품 중 7가지는 차단제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안정성은 8개 제품만이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차단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만으로 일광차단제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경북대병원 피부과 이석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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