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단상] 부부사랑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보다 아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존경받는다는 것은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기에, 가까이 있으면 그것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다는 부부가 서로 존경하기는커녕 머나먼 관계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어떤 통계에서 여성의 70% 이상이 지금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시선에 따라 상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열등감과 왜곡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외적 조건을 따지기 좋아한다. 올바른 시선과 가치관을 갖고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될 때 사람과 이루는 만남도 아름다워진다. 배우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린다고 생각하면 아름다운 만남에서 갈수록 멀어질 뿐이다.

'거슬리다'는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짢은 느낌이 들며 기분이 상하다라는 뜻이다. "사사건건 남편의 하는 짓이 눈에 거슬렸고 신경질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똑바로 쳐다보이는 천장지의 무늬가 또 마음에 거슬렸다."로 쓰인다. 이때 '거슬리다'를 '그슬리다'로 쓰면 전혀 다른 뜻이 되어 버린다.

'그슬리다'는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다란 뜻을 지닌 '그슬다'의 사동사다. "노리착지근한 개 그슬리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 사방을 뒤덮었다."로 활용한다.

'그슬리다'를 '그을리다'와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구분해보자. '그을리다'는 햇볕이나 불,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라는 '그을다'의 피동·사동사다. "그는 나무를 불에 검게 그을렸다." "햇볕에 피부를 너무 그을리지 마라."로 쓰인다. '그슬리다'는 익힌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을리다'에는 없다.

부부 사랑은 이성 간의 매력에서 출발해 자기 자신을 선물로 내어주는 사랑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부부 관계는 단순히 육체나 정감 혹은 연민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인격을 긍정하고 자기 자신이 상대를 위한 선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를 가슴으로 느껴보자.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부부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이번 한 주, 힘들게 일한 아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집안 청소, 설거지부터 먼저 시작해보면 어떨까.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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