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 신·구 주류 '힘의 균형' 택했다

한나라당 내 과도체제 구성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신'구 주류가 정면 충돌 대신 힘의 균형을 선택했다. 그러나 쇄신파가 표면적으로는 우위를 점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쇄신파와 구주류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한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많다.

한나라당은 11일 오전에 4선 이상 의원들의 중진회의, 오후에는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도부로 하는 투톱 체제를 승인했다. 황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신주류(소장파+친박계)와 정 비대위원장을 내세운 구주류(친 이재오계)는 안상수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당 대표 권한대행을 누가 맡느냐는 문제로 각을 세워왔다.

이날 오전 열린 중진회의에서는 황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당 사무처가 내놓은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는 게 당헌에 부합된다'는 유권해석을 지지한 것이다. 정희수 제1사무부총장은 "대신 비대위원장은 최고위원의 통상 업무, 전당대회 준비 및 당의 쇄신책 마련 업무를 맡기로 했다"며 "주요 당무 협의는 대표 권한대행과 비대위원장이 상호 협의해 처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의 얼굴은 황 원내대표로, 당의 최고의결기구는 비대위가 된 셈이다.

회의에선 또 정 비대위원장이 매주 월'목요일 열리는 기존의 최고위원회의를, 황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화요일)와 최고'중진연석회의(수요일), 주요당직자회의(금요일)를 각각 주재하기로 합의했다. 비대위 회의에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대신해 원내수석부대표와 선임 정책위부의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일단 무게 중심은 신주류 쪽으로 약간 기운 듯 하다. 당초 전임 지도부가 의결한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당 대표직을 승계'한다는 계획을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신주류는 이와 관련, 일부 비대위원을 보강해 비대위 구성을 소장'친박계 중심으로 바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대위 산하에 당헌'당규 개정 등 3, 4개 소위를 두고 기존 비대위원이 아닌 인사의 참여를 허용할 예정이다. 특히 신주류는 친이계가 주도하는 비대위에서 쟁점 사안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원내대표에게 소집권이 있는 의원총회와 중진회의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앞으로 당 쇄신 방향 등을 놓고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의 룰, 인적 쇄신 등으로 당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면 '불안한 동거'는 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4선의 이윤성 의원이 중진회의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당권을 놓고 싸움질 한다는 국민 질책 앞에 서둘러 수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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