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종 변형 스포츠 '그라운드골프' 마니아들] 쉽고 싸고…내가 즐길 수 있어야 진짜 스포츠

쉽고 재미있는 운동 '뉴 스포츠'가 주목받고 있다. 요즘 돈 적게 들고 재미있으면서 운동 효과까지 있는 신종 스포츠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를 즐기는 동호인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뉴 스포츠는 골프에서 변형한 그라운드골프, 파크골프, 우드볼 등이다. 신종 스포츠는 멀찌감치 구경만 하는 사람은 그 재미를 모른다. 친구들과 가족과 함께 주인공이 돼 즐기다 보면, 재미는 기본이고, 건강은 '덤'이다. 그라운드골프를 즐기고 있는 현장을 들여다봤다.

◆그라운드골프는 사계절 스포츠

"와! 와! 파이팅."

이달 13일 오후.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스코 주택단지 대형마트 뒤편에 조성된 그라운드골프장. 전날까지 계속 비가 쏟아졌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씨가 쾌청했다. 파릇파릇한 넓은 잔디구장 곳곳에서 "와! 와!"하는 함성과 "엇? 이럴수가" 하는 탄식 소리가 들린다. 포스코 새내기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입사원 31명이 그라운드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혁신지원그룹 이상준(44) 과장은 "신입사원들을 포스코인으로 만들기 위한 6개월 간 현장교육 과정의 하나로 그라운드 골프를 경험하게 한 것" 이라고 밝혔다. 5개조로 나뉜 이들은 그라운드골프장을 관리하고 있는 풍원개발 정종관(66) 관리관으로부터 간단한 게임 규칙과 경기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난생 처음 보는 그라운드골프 클럽을 받아든 새내기들은 "큰 망치 같다"며 신기해 했다. 팀별로 파이팅을 외치며 게임을 시작했다.

지곡동 그라운드골프장은 50m 2홀, 30m 2홀, 25m 2홀, 15m 2홀 등 모두 8홀이다. 모두 파3이다. 정 관리관은 "구장이 평범한 잔디밭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중간에 꽃동산 해저드와 홀컵의 경사도가 있어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고 설명한다.

8번 홀에서 시작한 오승열(27) 씨는 첫 홀에서 2타 만에 성공해 버디를 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다음 홀에서는 자신 있게 힘껏 친 공이 홀컵을 훨씬 벗어나 더블보기를 했다. 그는 "공을 얼마나 보내야 하는지 아직 제대로 가늠이 안 된다"며 "아마 경기장을 한 바퀴쯤 돌고 나면 감각을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했다. 같은 조 윤범식 씨는 처음부터 멋진(?) 골프자세로 풀스윙을 했지만, 홀컵을 훨씬 벗어나면서 7타 만에야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이 홀컵에 떨어지면 '땡그랑'하며 경쾌한 소리가 난다. 마치 일반 골프와 비슷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길 건너 맞은편 구장에서는 포스코 '파이넥스'팀 25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파이넥스 팀은 포스코에서 늘 동료들 간 게임을 즐기면서 업무성과도 높이는 강팀이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시간 날 때마다 그라운드 골프를 즐기며 생활화 하고 있다. 일반 주민에게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정 관리관은 "그라운드골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경비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이라며 "처음엔 호기심에 멀리서 구경만 하던 인근 주민도 이젠 그라운드골프를 직접 즐기고 있으며, 동호인도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스포츠로 정착

포스코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업무 후 여가를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포항과 광양 주택단지에 그라운드 골프장을 만들었다. 포스코의 그라운드골프 붐은 광양제철소에서 비롯됐다. 요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철소장배 등 '화합의 그라운드골프' 행사를 하는 등 포스코의 상징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포스코에 그라운드골프를 들여온 최원철 대리는 "그라운드골프는 사계절 생활스포츠인데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이라며 "건강뿐 아니라 경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 함께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 우의도 다질 수 있는 최고의 생활 스포츠" 라고 말했다.

포항시 기관단체장과 포스코 임직원들은 40여 명이 함께 어울려 이달 20일 그라운드골프 대회를 열고 서로의 기량을 겨룬다.

그라운드골프는 1982년 일본 돗토리현 도마리손에서 평생스포츠 활동추진사업의 하나로 생겨났다. 우리나라는 1993년 경주와 충북 음성에서 처음 시작했다. 전용 채와 공을 사용하며, 홀포스트라는 입체 원형 철제조형물이 골프의 홀컵을 대신한다. 코트의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좁은 장소에서도 상황에 맞게 코스를 선정할 수 있으며, 인원 수와 시간 제한이 없고 규칙이 간단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가족형 레포츠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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