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염색 종주국 다툼 치열…한국, 안주하다간 빼앗길수도"

美선 쪽 염색 청바지 수십-수백만원 해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려

"지금 자연염색을 둘러싼 각 나라의 종주국 다툼이 치열해요. 한국도 분발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종주국의 지위를 언제 빼앗길지 모릅니다."

김지희 자연염색박물관 관장은 최근 프랑스 라호세에서 열린 ISEND 세계자연염색 심포지엄 및 전시회에 다녀왔다. 58개국 650여 명이 모인 대규모 학술 및 전시 행사에는 자연염색에 관한 모든 것이 총 망라됐다. 나라별로 지켜온 전통에서 혁신까지 자연염색에 관한 문화재적 연구, 화학 및 과학적인 분야, 농업 및 생물학, 공예, 예술, 패션 등의 장식적인 분야, 산업적인 측면, 마케팅, 창의 교육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가 논의됐다.

이번 행사의 운영위원 초청자로 초대된 김 관장은 학술논문 '한국자연염색에 의한 전통에서 혁신까지 직물의 장식과 예술성'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ISEND에서 한 번 더 세계의 자연염색에 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년 사이 미국은 이미 쪽으로 염색한 청바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수십~수백만원 해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고 해요. 섬유뿐만 아니라 머리 염색, 마스크, 붕대까지 이번 전시에 출품됐습니다. 흰 붕대는 지혈이 더딘 반면 자연염색을 한 붕대는 방충효과가 있고 빨리 지혈돼 인기가 많았죠."

유럽에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ISEND는 사실 2008년 대구에서 국제행사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시가 주최하고 자연염색박물관이 주관했던 행사가 모태가 됐다. 나라별로 순회 행사를 하는 것도 우리나라가 주도했다. 이전에는 2001년에는 11개국이 참석한 대구 텍스타일 및 자연염색 심포지엄이 있었다.

"사실 미국이 자연염색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하지만 대구에서 열렸던 행사를 지지해주었던 인도,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의 노력으로 순회 개최하기로 했어요."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의 유라금사가 참여해 부스에서 친환경 금사 직물 제품을 선보였고 의성의 권순남 홍화연구소, 초목염, 대구의 물푸레 등이 참가했다. 부스에서 판매했던 자연염색 의류, 스카프, 핸드백 등 생활용품이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2012년에는 ISEND 개최지가 말레이시아로 결정됐다. 김 관장은 한국의 자연염색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신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자연염색은 너무 대중화돼 식상하게 느껴지고 있어요. 다른 나라에는 감물염색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감물 염색을 바탕으로 해 복합염료를 만드는 것이 일반화돼 있어요. 감물이 다양하니 다양한 무늬와 색을 낼 수 있죠. 우리 자연염색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최세정기자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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