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보기] 창작뮤지컬의 과제와 전망 (1)

관객'시장규모 급성장…인적'물적 인프라 미흡 '풍요 속 빈곤'

◆국내 뮤지컬 현황

우리나라 현대적 뮤지컬의 시초를 '살짜기옵서예'(1966)로 본다면 약 45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람의 나이로 보자면 중년을 지나 장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이제 나이에 걸맞게 한국의 뮤지컬은 도약기를 거치고 산업화 초기 단계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서 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뚜렷한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할 때인 것이다.

'살짜기옵서예'를 시작으로 매년 수십 편의 뮤지컬이 공연되면서 1990년대 이후부터는 관객의 증가와 함께 공연의 질적인 면에서도 많은 발전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관객 24만 명을 기록한 것을 기점으로 '캣츠' '맘마미아' 등 제작비가 100억원이 넘는 대형 뮤지컬의 성공이 기폭제가 되어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뮤지컬 관객은 10배, 시장은 20배가량 성장했다. 이렇듯 외형상의 성공으로 국내 뮤지컬 산업은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을 꼼꼼히 살펴보면 '풍요 속의 빈곤'이란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창작뮤지컬의 경우에 그러한 현상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뮤지컬 산업은 그 성장속도와 시장규모에 비해 아직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인적'물적 인프라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가, 작사자, 작곡가 등 1차 창작 전문 인력의 숫자나 경험이 아직 부족하고 연출, 안무, 음악, 미술, 조명, 음향 등 2차 창작 전문 인력의 창의성과 상상력 부족, 뮤지컬 제작환경의 악화, 거기다 국내 뮤지컬 발전에 결정적인 장애요소로 지적받고 있는 뮤지컬 전용극장의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또한, 올바른 번역 뮤지컬의 수용과 창작 뮤지컬 활성화 및 세계화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과 과제를 극복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만 한국 뮤지컬은 진정한 의미의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뮤지컬 중심의 국내 뮤지컬 시장

1990년대 국내에 불었던 뮤지컬 바람은 '아가씨와 건달들' '브로드웨이 42번가' '캣츠' 등의 내한 공연과 이들 번역 뮤지컬의 국내 공연,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등 대부분 대형 뮤지컬이 주도해 왔다. 2001년에는 국내 뮤지컬의 대형화를 가속화시킨 일대 사건(?)이 있었다. 제작비 110억원의 블록버스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총 244회 공연에 유료 점유율 94%, 관람인원 24만 명, 총매출 192억을 기록하며 국내 뮤지컬의 역사를 다시 쓴 것이다. 이전까지 통합티켓전산망이 구축되지 않아 국내 뮤지컬 시장의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국내 뮤지컬계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규모를 측정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었고 뮤지컬 산업이 진정한 '산업'으로 발전하는 중대한 계기이자 기업들의 대형 뮤지컬에 대한 투자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시카고'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의 오리지널 팀 내한 공연과 '맘마미아' '미녀와 야수' '아이다' '미스 사이공' 등의 라이선스 공연 등 대형 뮤지컬이 국내 뮤지컬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 '삼총사' 등 유럽의 대형 뮤지컬까지 가세하며 수입 뮤지컬 시장의 과당경쟁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국내 뮤지컬 시장은 상업적인 외국 뮤지컬의 직수입이나 라이선스 제작 형태의 대형 뮤지컬이 그 중심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형 뮤지컬들이 국내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해왔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한국 뮤지컬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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