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33)] 올리비아 뉴튼 존, 이웃집 소녀에서 키치문화의 상징으로

1980년대 대중음악은 비주얼의 시대였다. 1981년 8월 개국한 MTV는 듣는 음악 시대를 일순간 보는 음악의 시대로 바꾸어 버렸다. 하지만 MTV가 개국할 당시 우려의 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거대 미디어그룹과 언론은 연일 MTV의 단명을 예언했고 보수적인 음악팬들은 보는 음악의 시대를 거부했다. MTV 개국을 알린 첫 번째 뮤직비디오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는 오히려 비디오 스타의 암울한 미래를 예언하는 듯했다. 하지만 많은 언론과 대중들의 우려 속에서 출범한 MTV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주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정확히 예측했고 비주얼 시대를 이끌어 갈 방법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흔히 MTV를 정상궤도에 올린 사람으로 마이클 잭슨을 이야기한다. 분명 마이클 잭슨이 1982년 발표한 앨범 '스릴러'(Thriller)는 MTV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고, MTV 또한 마이클 잭슨을 통해 최고의 채널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MTV라는 매체와 1980년대 대중문화의 경향을 보여준 것은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 John)이 먼저였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란 올리비아 뉴튼 존은 1971년 미국에서 컨트리 가수로 데뷔한다. 예쁜 이웃집 소녀 같은 이미지로 컨트리를 부르는 올리비아 뉴튼 존은 존 트래볼타와 함께 출연한 영화 '그리스' 이전까지 전국구 스타라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미지였다. 그리스 출연을 계기로 슈퍼스타의 자리에 오른 올리비아 뉴튼 존은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버리고 관능적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골몰하게 된다. 그리고 고민의 결과는 1981년 최고의 히트곡 '피지컬'(Physical)을 통해 구현된다.

피지컬은 발표와 동시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 먼저 성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내용이 그랬고, MTV를 통해 전파를 탄 뮤직비디오에서의 이미지도 그랬다. 성적인 메시지를 코미디로 바꾸어 놓기는 했지만 다분히 섹스 코드로 가득한 영상은 가뜩이나 MTV에 불만이던 세력들의 집중포화를 받는다. 결국 많은 라디오 방송에서는 피지컬을 방송 금지곡으로 만들지만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0주 동안이나 정상을 차지했고, 그래미에서는 '올해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피지컬이 보여 주는 키치 이미지에 열광한 것이다.

피지컬은 단순한 히트곡의 의미 이상이다. 오히려 하나의 문화현상을 낳았다. MTV는 피지컬을 통해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방법론을 제대로 보여줬고 올리비아 뉴튼 존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피지컬은 1980년대를 시작하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문화현상이 그렇고 그런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키치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1980년대는 현상만 있고 정신은 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미국의 대중문화는 그랬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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