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이영수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우선 마음이 찡하게 시려 오고 동시에 산란해집니다. 꼭 눈비가 무섭게 오고 새들이 흩어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 시림은 또 그림에 끌려들어가 모진 눈비로 학대받고 싶은 달콤한 충동으로도 이어집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파란 파동이 우리 정신을 으스러뜨리는 것 같습니다. 이미 각질화된 우리 정신이 이런 파란 물결에 쉬 으스러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이 시리고 산란한 감정은 이 그림들이 천지개벽의 날 파란 새벽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밤새 모질게 휘몰아치다 잠시 잦아든 그날의 폭풍우 말입니다. 천지창조 때의 무기질 원료들이 비와 눈과 바람으로 회오리치고 그에 놀란 까마귀 떼가 하늘 꼭대기까지 난 것이 아닐까요.
조금 진정해서 보면 그의 그림은 감미로운 절망의 파동이기도 합니다. 거친 눈발과 빗발, 뼈를 드러낸 나무는 시원의 거칠고 맹목적인 획들이 빚은 상처 같습니다. 차고 순수하고 매섭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가당찮은 엑스터시가 느껴지지 않나요. 그 엑스터시는 신화와 종교의 진원이 되는 그것이고, 그 진원지에서 보낸 묵시일지 모릅니다.
이영수는 그림에서 사물의 원초를 끌어내어 눈비에 휘몰리는 나무들이 몸 그대로 투영하도록 오래 침묵하고 마음의 사(紗)를 펼쳐놓습니다. 그때 투영되는 것은 언어로 된 이미지이고 이미지로 된 언어일 것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숙명의 덩어리, 우리가 눈비를 맞고 온몸이 다 젖어도 쾌감을 느끼는 그 공통의 숙명 덩어리 말입니다. 이 맥락에서 그는 칼 융이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무의식을 직관하는 화가랄 수 있습니다.
박재열 경북대 교수'작가콜로퀴엄 이사장
▶이영수전:시원(始原)의 파란 파동 ~09264갤러리 053)792-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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