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靑, 못 들은 척…새누리, 겉으론 "법대로"…야권, "불법 대선자금"

최시중 2007대선 당시 받은 돈, 정치권 2012 '쓸 곳' 계산

부동산 시행업자로부터의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한 데 이어 용처를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이라고 밝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대선자금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는 입을 닫았다.

박정하 대변인은 "뭐라고 할 얘기가 없다"며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이 일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인허가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나선 데 대해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최측근이다. 청와대는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는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 의혹으로 곧바로 불거질 수 있을 정도로 인화력이 강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의 배경과 일부 언론에 직접 밝힌 발언내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도 엿보였다.

23일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가운데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이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도 자세한 사항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안다"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사건이 이 대통령이 최근 들어 서민금융과 학교폭력 등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터졌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측근비리가 돌출하면서 레임덕 현상을 앞당기는 동시에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여권은 즉각 '거리두기'를 통해 선 긋기에 나섰다. 4'11 총선 승리 분위기가 대통령의 임기 말 대형 게이트로 희석되는 것을 막고 야권의 'MB정부 심판론'에서도 물러서 있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3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해야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한 '민생탐방' 첫 방문지인 강원도에서 이례적으로 정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치권은 박 위원장의 선 긋기는 대선정국에서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위기지만 대선가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협력이나 협조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또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뿐만 아니라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금품수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박 전 차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광산 채굴 비화로까지 사건이 옮겨갈 조짐을 보이자 "초대형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즉각 성명서를 내고 "최 전 위원장은 진실을 고백하고 검찰은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대형건설 사업과 관련해 금전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전 위원장이 돈 받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고 하는데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하며 수사 이후에 궁금증을 남겨 특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이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해석해 '최시중의 대선자금 게이트'로 공세를 펼쳤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최시중 게이트의 본질은 불법 대선자금 사건"이라며 "검찰은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수사해서 불법대선자금의 몸통, 즉 그 원점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이 금품 일부를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통령 후보자의 여론조사 명목으로 썼다고 밝힌 데 대한 주장이다. 민주당은 또 "(그래야만) 지난 4년간 'MB 충견'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국민 조롱, 국민 비판의 대상이었던 검찰이 불명예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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