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붓과 함께 여든 해, 나도 나무처럼…"

서창환 구순 회고전

"한평생 화가로서 후회가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했으니, 80여 년간 붓을 들고 살아왔던 셈이지요."

원로화가 서창환 화백이 올해 구순을 맞았다. 대구 수성아트피아는 개관 5주년 특별 초대전으로 원로화가 서창환 구순 기념 회고전을 1일부터 13일까지 호반갤러리에서 연다.

구순의 화가는 아직도 정정하다. 지난해까지도 그림을 그렸지만 올해는 건강이 나빠져 잠시 붓을 놓았다. 그의 작업실에는 완성을 기다리고 있는 푸른빛 풍경화가 원로 화가의 마지막 붓질을 기다리고 있다.

서 화백은 50년 동안 '나무'를 줄기차게 그려왔다. 그에게 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팔공산에 올라가니 앙상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어요. 저런 나무도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소생하겠지 싶었어요. 한번 죽으면 끝인 인간의 삶과 비교됐죠. 그래서 나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50년이 됐네요."

나무에는 종교적 의미도 담겨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서 화백에게 나무는 고딕 양식 성당의 첨탑과도 같은 의미다. 하늘로 솟아 신에게 닿고 싶은 인간의 간절한 마음. 그 마음까지 나무에 담았다.

그는 특히 남빛 보라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해왔다. 자택에 걸려 있는 자신의 작품 대부분이 보랏빛이다. "보라색은 신비하고 오묘한 색채이지요. 신비로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까다롭고 표현하기 힘든 색이지만 이 색을 선택했습니다."

1923년 함경남도 흥남에서 태어난 서 화백은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집안의 반대가 심해 미술대학도 부모님 몰래 다녀야 했다. 1947년 첫 개인전을 열고서야 아버지도 화가로서의 아들을 인정하셨다. 그래서인지 그는 젊은 후배들에 대한 염려가 크다.

"일제강점기 때나 지금이나 화가로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아요. 경제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거든요. 경제적인 걱정 없이 마음 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전시에는 서 화백의 주요 테마인 '나무' 시리즈와 더불어 미술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 작품과 미공개 작품 등 50여 점을 선보인다.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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