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구대암각화, 주변 지형 바뀌어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

울산대 유적보존연구소 미국서 심포지엄 개최

# 유네스코 평가전문가 "제방 쌓아도 가능" 주장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길을 돌리거나 제방을 쌓아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소장 전호태 교수)는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소장 김선주 교수)와 공동으로 미국에서 개최한 '반구대암각화 국제 심포지엄'에서 암각화 주변의 지형을 바꿔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새롭게 제시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반구대암각화를 등재하려면 주변의 지형을 절대 훼손할 수 없다는 문화재청의 기존 의견과 달라 주목된다.

그동안 울주군 사연댐의 물에 잠겨 훼손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의 보존 방안으로 문화재청은 사연댐의 수위 조절을, 울산시는 시민의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지형 변경(수로변경이나 생태제방 축조)을 주장하며 10년째 맞서고 있다.

울산대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7, 28일 미국 케임브리지 시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평가전문가 한준희 박사는 "식수 확보 때문에 댐 수위를 낮추는 것이 힘들다면 물길을 돌려 유적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암각화 위'아래쪽에 생태 둑을 쌓을 경우 디자인에 따라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센터 전문조사단에 현장조사를 의뢰해 구체적인 보존방안을 확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전문 프로그래머인 한 박사는 세계 주요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등재대상 유적과 경관을 현장 확인하는 전문가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암각화 연구자 폴 밴 박사는 "반구대암각화는 고래가 주요 소재인 것이 특이하다"며 "여러 계절과 다양한 활동, 신화 등이 하나의 수직 암벽에 표현된 매우 의미 있는 유적"이라고 했다. 에스더 야콥슨 텝퍼 미국 오리건대 석좌교수는 "시베리아 유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람 얼굴상이 그려져 있는 등 독특한 구성과 표현양식"이라고 평했다.

박경신 울산대 부총장은 "울산시와 문화재청의 보존논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사연댐에 잠긴 반구대암각화가 사리질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서 보존의 새로운 실마리를 찾은 것이 큰 성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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