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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인생] 새 돌보미로 인생 이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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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 빠져 12년…조류동호회, 나 모르면 간첩

##차부품점 근무하는 윤종필 씨

자동차부품 대리점에 출근하는 평범한 직장인 윤종필(41'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씨. 외모도 수수해 인상 좋은 이웃 아저씨 같다. 오전 9시쯤 출근해 오후 6, 7시쯤 퇴근한다. 월급은 많진 않지만, 그런대로 아내와 중학생, 초등학생인 두 딸 등 4명이 살아갈 만하다.

◆새 키우기는 또 다른 삶

모든 것이 주변 이웃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조금 남다르다. 내가 하고 싶다고 느끼면 즉시 실천에 옮기는 성격이다. 윤 씨는 30대 초에 우연히 새 키우기에 심취해 지금은 조류 박사(?)가 됐다. "새를 돌보는 일은 내 인생의 이모작"이라고 말한다.

윤 씨는 매일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살며시 집을 빠져나와 1t 화물차를 운전해 1시간 남짓 걸리는 성주로 향한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새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0년 넘게 계속하고 있는 일과다. 성주의 고향 집에 도착하면 뒷마당에 있는 관상용 닭장부터 살핀다. 긴 꼬리를 한 아름다운 모습의 닭들이 주인을 알아보고 연신 큰 목소리로 "꼬끼오~ 꼭꼭" 하면서 목청을 돋운다. 그 모습들이 아름답다. 투계 종류와 꼬리가 길고 목소리가 좋은 관상용 등 종류가 다양하다.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준다. 배추이파리를 한 잎씩 꽂아주고 먹이통도 갈아준다. 한 바퀴 휙 돌아본 후 옆 건물로 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십 개의 새장 속에 다양한 모습의 새들이 포르륵 포르륵 날아다니며 짹짹거린다. 작은 새 종류인 호금조와 휜치 종류에다 제법 덩치가 큰 앵무 종류와 공작새까지 있다. 이젠 한눈에 척 보면 이들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알을 낳은 녀석은 부화 상태를 세밀하게 체크한다. 스스로 부화시키지 못하는 종류는 알을 잘 품는 다른 새장에 넣어준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새가 눈에 띄면 즉시 다른 곳으로 옮겨 응급처치하는 등 극진히 보살펴야 한다. 이렇게 정성을 쏟다 보니 어느새 새 식구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애지중지 보살피지 않으면 절대로 건강하게 키울 수가 없다. 취미로 시작한 새 키우기는 그 규모가 웬만한 조류전문매장보다 크다. 한때 인근 동네까지 조류인플루엔자가 덮쳐 몽땅 살처분해야 할 위기도 겪었다. 그 후 조금씩 정리해 가고 있다.

◆운명 같은 새와의 인연

윤 씨와 새의 인연은 운명처럼 시작됐다. 평소 새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새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12년 전, 우연히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려둔 빈 새장을 발견했다. "누가 새장을 쓰레기통에 버렸을까?" 하면서 새장을 주워 사무실에 갖다 놓았다.

일주일 후 업무차 대구 중구 반월당을 지나다 조류 전문점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에 있는 빈 새집이 생각났다. 주인과 상담을 한 후 십자매 3마리를 샀다. 사무실 새장에 넣어둔 십자매는 몇 개월 만에 알을 낳고 부화해 식구가 8마리로 늘어났다. 스스로 부화시키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번엔 잉꼬와 백문조를 샀다.

윤 씨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초보자가 새를 기르는 기본코스"라고 말한다. 식구가 불어나자 사무실에서는 더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새장을 모두 집(아파트)으로 옮겼다. 처음엔 발코니에서 키웠으나 겨울이 되면서 문간방으로 옮겼다. "취미로 시작한 새 키우기가 저와 궁합이 잘 맞는지 건강하게 자라고 부화도 잘되는 등 식구가 늘기 시작해 1년쯤 되니 새장이 36개로 불어나 방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

인터넷을 통해 조류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더 예쁜 새, 더 희귀한 새를 수집하기 위해 휴일이면 전국을 찾아다녔다. 한국호금조동호회도 만들어 전국의 회원들과 교류했다. "전국의 조류동호인 중 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식구가 계속 불어나 아파트에서 새 키우기가 불가능했다. 결국, 고향 집 성주로 이주를 시켰다. 한창 전성기 때는 3천여 쌍으로 늘어나 일본 새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까지 세웠다. 그 과정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불어 닥쳐 생각을 접어야만 했다. 그 후 전국의 동호인에게 무료로 분양해 지금은 50여 종류 700여 마리로 줄었다. "사료비 등 새들을 돌보는 일이 만만찮지만, 그동안 정이 들어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취미로 시작한 '새 키우기'가 12년이나 됐다. 아내도 묵묵히 지켜보며 오랫동안 참아주었다. 이제 조금씩 정리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윤 씨는 그 결심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10년 동안이나 새들을 돌보면서 정을 들인 부모님께서 가장 서운하실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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