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회안전망 재점검 시급하다

지난 2009년 경주 보문단지 인근의 소금강산에 불을 놓고 달아난 범인이 3년여 만에 붙잡혔다. 24일 경찰에 검거된 범인은 2006년부터 경주시 일원의 야산과 사무실, 차량 등 가리지 않고 상습적으로 방화해 큰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일이지만 갈수록 늘고 있는 반사회적 테러 행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 또한 크다.

범인은 "불을 보면 쾌감을 느끼고 사람들이 몰려 와서 흥분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비근한 사례로 최근 다문화가정의 10대 청소년이 서울 주택가에 상습적으로 불을 놓은 방화 사건으로 붙잡혔다. 다문화가정 출생이라는 이유로 왕따당해 온 범인이 닥치는 대로 불을 놓으며 분풀이를 한 것이다. 이 두 사건의 배경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시민들이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

공공에 대한 파괴'폭력 행위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는 2003년 2월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방화 사건이나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이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이는 사회 불만이나 정서 불안 등 병리 현상이 증오 심리와 결합돼 일으킨 반사회적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잘못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질 부분이다.

'묻지 마 살인'이나 공공시설 방화 등 불특정 다수와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이런 파괴 행위를 예측하고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정신 불안에서 비롯된 일탈 행위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도 미봉책으로 상황 모면에만 급급한 것은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구도시철도 방화 사건 이후 불안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도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이런 폭력 행위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사회안전망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고 제도적인 방지책 등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공공의 영역에까지 급속히 번지는 무차별적 방화나 살인 등 반사회적 폭력 행위는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불만과 불안 요소를 미리 제거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태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하고 예방 시스템 구축과 체계적인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당장 사회안전망을 원점에서부터 재점검하고 미비된 부분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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