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보청·구라청? 이젠 '족집게청'…'일기예보 산실' 국가기상위성센터

적도상공 천리안위성 550억짜리 슈퍼컴…

천리안위성이 보내오는 날씨 정보를 국가기상위성센터의 대형 안테나가 수신하는 모형도
천리안위성이 보내오는 날씨 정보를 국가기상위성센터의 대형 안테나가 수신하는 모형도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천리안위성이 보내준 자료를 바탕으로 한반도 상공의 기상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천리안위성이 보내준 자료를 바탕으로 한반도 상공의 기상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2010년 550억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
2010년 550억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

기상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 과거 '오보청' '구라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기상청이 최근 들어 '비교적 정확하게 일기예보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다. 실제 기상청이 실시한 국민 체감 만족도 조사에서 2009년 69.8%에 불과했던 만족도가 2010년 81.9%로 뛰었고, 지난해는 83.0%까지 올랐다.

수치상으로는 2010년부터 일기예보가 비교적 정확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다. 이유는 뭘까. 기상청은 2010년 천리안위성이 발사되고, 슈퍼컴퓨터 3호기가 도입되면서 기상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상선진국 도약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는 국가기상위성센터를 들여다본다.

◆자체위성 예보능력 향상

22일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국가기상위성센터(이하 위성센터). 지름 13m의 대형 원형안테나가 기자를 맞았다. 하늘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원형안테나는 적도에서 3만6천㎞ 상에 정지해 있는 천리안위성에서 보내오는 위성사진을 포함해 각종 자료를 받는 시설이다.

본관 1층에는 원형안테나와 직접 수신하는 국내 최초의 통신해양기상위성인 천리안위성을 2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모형물이 전시돼 있다.

무게 2천500㎏에 2.2m×2.7m×3.2m 크기의 천리안위성은 태양전지판을 통해 전력을 생산, 스스로 가동된다.

윤성득 위성센터 위성기획과장은 "천리안위성 덕분에 우리 스스로 위성사진을 찍고 분석할 수 있어 일기예보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2009년 위성센터가 출범하고 2010년 천리안위성이 발사되면서 우리나라는 기상선진국으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1970년부터 기상청은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 위성자료를 받아 일기를 예보했다. 이 때문에 태풍이나 장마, 황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외국에서 위성자료를 보내주지 않으면 예보를 할 수 없는 구조였다.

급변하는 날씨에 재난이 닥쳐도 우리나라의 사정이 아닌 해당 국가의 사정에 맞춰 위성자료를 찍는 탓에 위기상황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윤 과장은 "위험기상 발생이 예상될 때 천리안위성은 한반도 주변을 8분 간격으로 관측해 위성사진을 보내 주지만 일본으로부터 자료를 받을 때는 30분 간격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위성센터가 출범하고 천리안위성 운영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우리나라는 위성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천리안위성이 3시간마다 전 지구를 관측하고 15분마다 동아시아 지역을 관측한 자료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 30여 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조석준 기상청장은 "기상관측에 사용되는 과학기술이나 적중률이 모두 선진국 대열에 들어 기상 부문에서는 세계 7위권 선진국"이라며 "드라마에서도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언급할 정도가 됐다. 국민들이 기상청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줘 고맙다"고 말했다.

◆분석자료량 한계 없는 슈퍼컴퓨터

위성센터에서 승용차로 약 40분가량 이동해 충북 청원군 오창읍 양청리에 가면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이하 컴퓨터센터)가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컴퓨터센터에는 2010년 550억원을 들여 도입한 슈퍼컴퓨터 3호기가 있다.

3호기는 하루에 신문 약 1억2천만 페이지 분량과 약 8만 장의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2004년 도입한 2호기에 비해 처리속도가 41배가량 빠르고, 1999년에 도입한 1호기에 비해 3천600배가량 빠르다.

3호기를 도입하면서 2호기에 비해 수치 정확도가 20%가량 상승했다. 3호기가 쓰는 전력량만 아파트 5천 가구가 사용하는 2만2천900V(볼트)이고, 처리 능력은 2011년 11월 현재 전 세계 30위에 해당한다. 슈퍼컴퓨터는 위성, 항공, 레이더, 해상 등을 통해 관측한 약 2만 개의 기상자료를 투입해 기상을 예측하고 노련한 예보관의 경험과 직감 등이 합쳐져 일기예보가 만들어진다.

더욱이 10년 이내에 우리나라에 맞는 수치예보 모델이 만들어질 계획이어서 일기예보 정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치예보 모델은 우리나라 지형에 맞는 각종 관측 자료를 입력해 슈퍼컴퓨터가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현재 자체 수치예보 모델이 없어 영국의 모델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경헌 컴퓨터센터장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얻은 기상 자료가 사회 경제적으로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기상청도 이런 자료를 18개국 238개 도시에 서비스하면서 진정한 기상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