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사람이 살 집을 짓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집을 그리는 사람은 대체로 지붕부터 시작해 아래로 그려 나가고, 사람이 살 집을 짓는 사람은 땅 다지기와 상하수도 같은 기초공사부터 시작해 위로 지어 간다. 그럴듯해 보이는 쪽은 시원하게 그린 그림이지만, 사람이 들어가 살 집은 결국 기초부터 지어 올린 집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집을 짓는 사람은 좋다는 자재와 세련된 디자인이라면 뭐든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집 안에 금박 욕조와 동굴 같은 미로, 황금 호랑이도 배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가족이 들어가 살 집을 짓는 사람은 아무리 좋다는 자재, 화려한 디자인, 예술적인 설계를 제시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디자인과 예술도 좋지만 비와 바람을 피하는 시설과 비용을 우선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취미나 예술로 집을 그리거나 짓는 사람은 비용이나 편리보다는 모양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반쯤 짓다가도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언제고 허물어 버리고 다시 그리거나 짓겠다고 해도 그만이다. 그래 봐야 그림이고, 취미일 뿐 절박한 생활이 아니기 때문이다.
짓고 허물기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웃의 집에 대해 얼마든지 타박할 수 있다. 예술성에 대해, 편리성에 대해, 주변 환경에 대해, 디자인에 대해, 크기에 대해…. 이에 반해 자신이 지출할 수 있는 예산과 노력의 범위 안에서 집을 지은 사람은 불만이 있더라도 눌러 삼킬 수밖에 없다.
넓은 안목으로 이웃이 지어 놓은 집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사람은 멋있지만 결코 집을 짓지 못한다. 이에 반해 '아쉬움이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뒤에 좀 더 나은 집을 지을 수 있다.
내일(19일)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유력한 두 후보를 보고 있노라면 이분들이 사람이 살 집을 짓겠다는 것인지, 외양이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뭐든 좋아 보이는 건 다 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살 집을 지을 작정은 아닌 것 같다. 이것저것 좋다는 건 모조리 요구해 유력한 후보들로 하여금 '아이들 장난 같은 집 그림'이나 그리게 하는 국민도 지나치다. 하나 진짜 집을 지을 후보라면 '더 크고 화려한 집을 짓겠습니다'라고 답할 게 아니라 '더 나은 집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라고 국민에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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