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이 새 앨범을 공개했다. 19번째 정규앨범 'Hello'는 기본적으로 조용필표 록사운드지만 현재의 장에서 유행하는 양식을 적극 수용해 새로움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음반시장이 몰락한 상황이지만 선주문 만장이 순식간에 동날 만큼 대중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음악에서만큼은 안 해 본 실험이 없을 것 같은 조용필이지만 매번 새로움에 도전한다는 점은 그야말로 가왕의 풍모다.
만일 조용필이 아무런 예고 없이 거리공연을 한다면 어떨까.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미국 대중음악의 영웅 브루스 스프링스턴이 뉴욕의 맨해튼 록펠러센터 앞에서 거리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 공연은 뉴욕 시민들뿐만 아니라 당시 뉴욕을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틀스의 루프탑 콘서트도 있었다.
흔히 버스킹(Busking)
이라고 부르는 거리 공연은 1990년대 중반 한국 문화계에 등장했다. 브라더스 같은 버스킹 전문 밴드가 등장하기도 했고 다양한 퍼포먼스에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모습을 갖췄다. 버스킹은 대중과 예술이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일 뿐만 아니라 도시의 특징을 규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뉴욕이나 파리 같은 도시는 버스킹이 일상화되어 있고 영화 원스의 배경인 더블린의 그라프턴 거리는 버스킹과 도심 상권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도쿄만 하더라도 도심 곳곳에서 버스킹이 일상화되어 있어 방문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10년 전쯤 버스킹과 관련한 제안을 한 바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관련 기관에서 버스킹이라는 말부터 생소해했고 무엇보다 상인들과의 충돌 문제로 무산되었는데 이후 자생적으로 등장한 버스커 버스킹을 하는 음악인들에 의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주말 도심에 나가면 어렵지 않게 버스커를 만날 수 있고 주변 상인들의 태도도 예전과 달리 도심에 필요한 요소로 여기는 듯하다.
버스킹이 도시를 특징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앰프 등 확성장치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며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음악인들과의 거리를 분명히 해서 서로 음악적인 간섭이 없어야 한다. 참 기특하게도 자생적인 버스커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런 규칙을 잘 지킨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벤트나 관변단체의 거리 공연은 시끄럽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겠지만 도시를 시끄럽게 만들어 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뭔가를 일단 저질러 보자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뭘 좀 알고 하자.
권 오 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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